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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경의 문해력 칼럼] 관점을 왓칭하라

 

이가경 융고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 bonicastle@naver.com | 2023.03.04 09:08:08
[프라임경제] 어떤 말이나 글에는 그 주체의 관점이 포함돼 있다. 관점은 볼 관(觀), 점 점(點 )이다. 보이는 것에서 점을 찍어 그 틈으로 보는 것처럼 말과 글도 정교한 타깃을 두고 해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저 보이는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쓰면 누구와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인간관계 속에서 날마다 오가는 언어에는 각자의 관점이 전적으로 반영돼 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곧장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의견, 태도와 생각하는 방향까지도 대화를 나눔으로써 충분한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일련의 행위는 현재 나의 관점이 어떤지를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상대는 내가 말을 할 때에 채 말로 하지 않은 내 생각의 저변을 가늠해볼 것이고, 향후의 관계도 설정해볼 것이다. 어떤 말은 공감을 이끌어서 내 눈을 맞추고 싶어 하는 이도 있겠지만, 내 눈을 회피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글도 그렇다. 어떤 글은 글쓴이의 내적 깊이와 넓이를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글 속에 심어놓은 관념이 읽는 이의 생각과 어긋나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책장을 덮을 수도 있다.

그 말은 관점이 드러나는 말과 글을 통해 서로가 화합해 공존할 수도 있지만 대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말과 글로 인해 서로의 경계가 나눠지면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언어는 더 이상 소통의 도구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상대를 구분 짓는 울타리의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각자의 시선이 향하는 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신념에 따라서 움직이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적시에 알아차리는 것이다. 시선의 균형이 알맞고 위치가 적정하면 말과 글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관점은 보이는 것을 잘 볼 줄 알고 제대로 깊이 생각하게 되면 올바르게 형성된다.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터부시 여기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넘기는 바람에 어느 한 부분의 단면만 보고 판단해 계속적인 오류를 범한 적은 많았다. 그런 탓에 쓰기를 머뭇거리거나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이들 또한 많다. 

말과 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깊이 생각하고 넓게 아우르는 시선의 힘을 기르면 된다. 그 힘으로 글을 읽거나 쓰고 말을 하거나 들으면서 상대를, 그들을, 세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문해력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보이는 대로 말할 수 있고 생각하는 대로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소통을 위한 말과 글을 필요로 하며, 그것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한다. 자신의 말로서 상대를 이해시키려면 상대의 관점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하면 된다. 

독자의 이해를 바라는 글을 쓰려면 나만의 왜곡된 시선과 불균형한 관념에서 벗어나면 된다. 보이는 대로 말하기 전에 대상을 통해 바라보고, 생각하는 대로 쓰기 전에 내 시각을 살펴보자. 말과 글을 울타리의 도구로 쓸지 소통의 도구로 쓸지는 오롯이 나의 관점에 달려있다.


이가경 융고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필명 이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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