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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재건축은 속도…신통기획은 '잡음'

기부채납‧임대비율 문제…"구체적 가이드라인 시급"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2.24 13:23:18

서울 재건축 '대어' 목동 신시가지 일대.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민간 재건축은 속도전을 내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곳곳에 잡음을 내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통기획 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발표 이후 민간 재건축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나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등 서울 대규모 아파트들이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공공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 송파 오금현대와 서초구 신반포4차가 포기 의사를 전달한 이후, 최근 송파 한양2차도 사업 철회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민간 재건축은 정부의 전격 개편에 힘을 받았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하향, 주거환경(15%)과 설비노후도(25%) 비중은 각 30%로 상향됐다. 개편은 잇단 재건축 확정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재건축 '대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최대 1만2000가구로의 변모가 예상되는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도 재건축을 확정지었다. 이외에도 방학신동아1단지, 송파 한양1차, 풍납미성, 풍납극동, DMC한양 아파트도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가 본격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 완화로 그간 움츠렸던 단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론 시장 침체와 더불어 공사비 인상 등 해결 숙제가 많지만, 미래를 본다면 공공사업보단 사업성이 훌륭한 만큼 다들 민간사업으로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통기획'은 주춤한 모습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정비사업 기간 단축과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조합과 함께 정비계획안을 마련, 각종 인허가와 행정절차를 지원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여주는 대신 임대주택 확대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현재까지 여의도 시범, 신림1구역 등 총 79곳에서 신통기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재건축 대비 이득이 많지 않거나 주민간 갈등을 겪는 단지 위주로 사업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신통기획 1호로 지정됐던 서울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는 인근 단지 대비 높은 임대 비율(20.6%)을 두고 갈등을 겪다 사업을 본격 철회했다. 서울시 측은 조합원 마음을 얻기 위해 계획안을 내놨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서초구 신반포4차 아파트 역시 참여를 중단했다. 2022년 5월 조합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86%가 신통기획 참여를 취소, 민간 재건축 선회를 주장했다. 이미 민간 재건축을 위한 준비가 한창인 만큼 높은 임대주택과 기부채납 비율을 감수해야 하는 신통기획보단 민간 재건축이 낫다는 게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신통기획 사업지 '신림1구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 프라임경제



송파구 한양2차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에 신통기획 전격 철회 의지를 전달했으나 현재까지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전임 조합장이 조합원 의견을 배제한채 독단적으로 신통기획을 추진, 이로 인한 절차상 문제점이 뚜렷하다는 게 조합 측 입장이다.

한양2차 조합 관계자는 "이곳은 원래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던 곳"이라며 "비행고도제한에 묶였고 고밀복합개발 대상지가 아닌 만큼 신통기획이 제시하는 다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 대부분(85%)이 사업 취소를 요구할 만큼 반발이 심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 서울시는 이를 불응하고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버렸다"라고 토로했다.  

한양2차 한 조합원은 "다수 조합원들이 사업을 반대하는데도 추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며 "오세훈 시장의 업적을 위해 피해를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사업 같지만 사업지 마다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통기획 A 사업지 한 주민은 "민간 재건축보다 이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우리 단지가 받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라며 "최악의 경우 민간 재건축으로의 선회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특혜를 준다고 하지만 공공사업인 만큼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비율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곳곳에서 잡음이 일어나자 서울시는 신통기획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신통기획 사업 추진에 있어 반대 주민이 10%를 초과할시 사업지 선정을 철회하는 등 요건을 강화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직접 기획, 방향을 주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닌 '자문방식'을 도입해 주민제안이나 지구단위계획 등이 세워진 사업지는 기획설계 용역 발주 없이 자문만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통기획 수립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정비계획 입안단계에서 서울시·자치구·주민간 소통 창구를 지속 운영할 것"이라며 "자치구 입안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논의할 협의체를 조성하고, 정비사업 코디네이터가 주민과 직접 소통해 사업 전 과정에 주민 의견을 상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 단지들도 존재하지만 신통기획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교적 갈등이 적은 단지를 지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이득"이라며 "사업지마다 특색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세심한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으로 기대감은 엄청나다"라며 "하지만 정확히 마련되지 않은 '깜깜이' 요건들이 주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속도보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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