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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P의 오경제] '최소 1.2조?'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쇼핑 시나리오

수요·가격 예측 실패해 제 발 걸려놓고…'건설사 사주 이익 대변한 결과' 논란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23.01.16 16:44:59


























[프라임경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 (2020년 11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현안질의 과정에서 한 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전국에 청약 광풍이 불던 2020년, 수요를 못 따라가는 아파트 공급 상황을 빵에 비유했던 전 정부 장관의 넋두리가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그렇게 없어서 못 팔던 아파트가 이제는 남아돌기 시작했으니까요. 

역전세에 이은 미분양의 악몽이 수도권은 물론 서울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안을 제안했을 정도죠.

작년 11월 집계된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000채 이상. 한 달 사이 20% 넘게 늘었습니다. 정부가 위험수위로 가정한 6만2000채에서 턱 끝까지 차오른 셈. 지난달 통계치를 합산하면 이미 6만가구를 돌파했을 공산이 크죠. 

특히 집이 다 지어졌는데도 팔리지 않은 악성 '준공 후 미분양'도 7000세대가 넘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황이 급변하자 국토교통부는 시중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쓰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미분양은 건설사에 처치 곤란한 짐이자 빚덩어리입니다. 막대한 대출을 받아 공사는 다 했는데 팔리지 않아 미분양이 쌓이면 빚더미에 앉는 걸 넘어 부도를 맞기 십상이죠.

이달에만 16조6000억원, 상반기까지 38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이 만기를 맞습니다. 건설사로서는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가져가 준다면 큰 부담을 덜게 되고, 정부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정부가 계획한 올해 매입임대사업 예산은 6조원, 3만5000채 정도입니다. 빠듯한 예산에 매입 대상 주택들 대부분이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몰려 있죠.

문제가 된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려면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일단, 국회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1.2조원 상당의 기금을 활용하는 안이 유력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거론하자 여론은 반응은 엇갈립니다. 최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평도 있지만, 민간 건설사에 지나치게 호혜적인 정부 태도가 문제라는 평도 적지 않습니다. 

건설사가 잘못된 수요예측과 너무 비싼 분양가를 고집해 벌어진 일을 정부가 수조원대 세금까지 써가며 해결해 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를 모기업으로 둔 일부 언론사들이 앞장서 시장과 여론을 흔들고, 정부 지원을 압박해 사주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라는 날 선 반응도 나옵니다. 

또 부동산 규제가 확 풀리면서 시장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미 입지와 가격에서 외면당했던 미분양 아파트들이 임대시장에서도 흥행에 실패하면 세금만 날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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