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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결국 상장 철회…이커머스 1호 간판은 오아시스로?

낮아진 기업 가치에 투자자 입김 작용…상장 후 주가 4배 뛰어야 투자금 회수 가능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01.06 16:11:47

ⓒ 마켓컬리

[프라임경제]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컬리가 결국 상장을 연기했다. 한때 4조원이었던 몸값이 1조원까지 떨어지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이커머스 상장 1호 간판은 오아시스마켓이 꿰차게 될 전망이다.

새벽 배송업체 컬리는 작년 8월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통상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이내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기한대로라면 내달 22일까지 공모 절차를 완료해야 했다. 그러나 컬리가 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상장을 연기하면서 예비심사를 다시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컬리는 코스피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그동안 무수히 불거진 컬리 '상장 철회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철회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컬리는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연기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다. 현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컬리의 기업 가치와 시장의 눈높이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컬리 역시 상장 연기 사유로 저평가된 회사 기업 가치를 꼽았다.

컬리는 지난 2021년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비상장 시장에서 몸값이 1조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컬리는 그동안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에 늘어나는 새벽배송 수요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다만 명성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물류센터 구축 등 많은 초기투자 비용과 인건비, 재고 관리비용 등 부담이 커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8년 337억원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으로 적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컬리가 상장을 연기할수록 자금이 더욱 부족해질 것이란 점이다. 컬리는 창원·평택 물류센터 2곳을 신설해 신사업인 '뷰티컬리'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투자심리 위축으로 투자금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신규투자를 유치하면 김 대표의 지분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컬리의 지분율은 △김 대표 5.75% △미국 세콰이어캐피탈,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 러시아계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 등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율이 약 35% 정도로 구성됐다.

실제로 이번 상장 철회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연기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다는 후문이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장 후 주가가 최소 4배 이상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시장 상황이라면 지난 2021년 12월 컬리에 2500억원을 투자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의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다. 

컬리가 상장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이커머스 업체 1호 타이틀은 자연스레 오아시스마켓으로 눈길이 옮겨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작년 12월30일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예정대로 상장을 추진하겠는 입장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6월 내에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오아시스마켓은 컬리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지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오아시스마켓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118억원, 순이익은 43% 늘어난 30억원을 기록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의 경우 무리한 상장 추진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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