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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희순의 노닥노답(10) -기시감(旣視感)과 교토삼굴(狡兎三窟)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경영지원부문장, CFO | press@newsprime.co.kr | 2023.01.05 11:24:46
[프라임경제] 올 봄은 아내와 먼 발치 나무에 걸친 노란색을 보고 산수유인지 생강나무인지 내기하지 못했다. 귀한 청벚꽃를 보러 개심사 언덕을 오르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그리고 지천에 흐드러진 진달래꽃은 또 어찌하나. 하지만 아쉬울 것이 있겠나. 내년 봄에도 산수유, 생강나무는 노란 옷을 두르고 퍼드러질테고, 개심사 청벚꽃도 여전히 푸를게다. 그리고 진달래꽃으로 덮힌 나의 나라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필자가 위 얘기를 본지에 글로 낸 게 2020년 봄이었다. COVID-19로 외부 활동에 제한이 막 시작이 되어 잠시 힘들겠거니 하고 이듬해를 기약하던 그때로부터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독한 전염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 중국발 상황을 보면 지난 3년 전이 '데자뷔'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데자뷔(Dejavu)'는 프랑스어 '데자뷔', 우리말로 '이미'라는 의미의 'Deja'와 '보았다'라는 의미의 'Vu'의 합성어인데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생소한 상황이나 장소를 이미 경험하거나 와본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데 뇌 신경세포의 착각이라는 의학적 설명에서부터 전생의 경험을 떠 올리는 것이라는 초심리학적 풀이까지 신기한 만큼이나 해석도 다양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한번 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데자뷔(Dejavu)'라고 불리는 이 '기시감'을 지난해에는 유난히 많이 느낀 듯하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의 여야(與野)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매 5년마다 보아 온 것이고, 때가 되면 나오는 북(北)의 핵(核)타령이나 4년 마다 반복되는 1무1패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 1승을 얻어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헤아리기 힘든 경우의 수에 대한 분석도 왠지 낯설지 않았다. 또 독서와 운동을 다짐하곤 소파, TV리모컨과 삼위일체(三位一體)의 한 몸이 되어버렸던 내 모습도 누군가에겐 기시감이라면 기시감이었을게다.

하지만 무엇보다 슬프고 아픈 '기시감'을 느낀 건 지난해 10월 29일이 아닐까. 그 날은 1995년과 2016년을 비롯한 수 많은 과거와 너무 또렷하게 오버랩돼 그 슬픔과 아픔이 더 했는데 이후 국가와 공직자들의 보일 작태에 대한 분노까지미리 느낀 터라 '기시감'의 강도는 어느 것보다 더했다. 이 글을 다듬는 동안 신도림에서 육교가 휘어 내려 앉았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한다. 1994년 그 날도 더해야 할 판이다.

누구에게는 대수롭지 않았거나, 아니면 큰 슬픔과 아픔의 '기시감'을 주었던 임인년(壬寅年)을 뒤로 하고 계묘년(癸卯年)을 맞이했다. 바라는 바,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기쁘고 벅찬 '기시감'을 느끼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어려움이 시작되었다는 지금, IMF 관리체제의 조기 졸업이라는 벅찬 기억을 떠 올리고, 어려움과 절망의 시기에 박찬호와 박세리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유럽에서 또 미국에서 '불면(不眠)의 기쁨'을 주는 스타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토끼해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교활한 토끼가 새 개의 굴을 파서 어려움을 피한다고 했다. 교활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독자 여러분 모두 어려운 시기 부디 토끼처럼 지혜롭게 살아내시길 바란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경영지원부문장,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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