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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암호화폐 결산②] 사라지는 '김치프리미엄'

빗썸, 끝없는 구설수…위믹스 상장폐지에 게임업계도 '암울'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2.12.22 14:55:06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각종 구설수로 신뢰도가 추락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으로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각종 구설수로 신뢰도가 추락했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오너 리스크로 시름했으며, '토종코인' 위믹스는 상장폐지를 면치 못했다. 연이은 사건‧사고 속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커져만 가는 '불신의 늪'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초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열기를 식히고자 필연적으로 시행된 금리인상은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기를 가져왔다. 예금이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8000만원대를 터치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2000만원대로 폭락했다. 본격적인 가장자산 겨울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떠났다는 사실은 일명 '김치 프리미엄'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1일 기준 1%대에 머물러 있는 '김치 프리미엄'은 높은 수요와 함께 사실상 막혀 있는 재정거래(arbitrage)로 인해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일었을 때는 그 차이가 20%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위인 빗썸의 악재는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 연합뉴스


◆ 빗썸, 해결되지 않은 오너리스크…'묻지마' 상장 논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위인 빗썸의 악재는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빗썸의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거론되면서 이에 따른 위험을 지적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빗썸 지배구조는△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이니셜 1‧2호 투자조합으로 이어지는 이니셜라인과 △이정훈 전 의장라인으로 나뉜다. 국감에선 이 두 라인에 대해 모두 대주주 리스크가 있다고 일갈했다.

또한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의장의 경우, 현재 김병건 SGBK 대표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BTHMB홀딩스에 투자한 SG브레인테크놀로지에 각각 4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전 의장이 자신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빗썸코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한화 1120억원)를 편취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이정훈 전 의장을 기소했다. 만약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정훈 전 의장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되며, 피해자와의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빗썸을 창업한 이정훈 전 의장이 실소유주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지만, 최근 강모 씨가 진짜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일어 파장이 컸다. 거래소 상장을 위해 뒷돈을 받았다는 제보도 나왔지만 빗썸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0월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빗썸의 실소유주 이모 전 빗썸홀딩스·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0월엔 강모 씨를 포함해 비덴트(121800), 인바이오젠(101140), 버킷스튜디오(066410) 등 빗썸관계사 경영진들이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지난달엔 관련 자료들을 숨기고 없앤 혐의로 빗썸 관계사 임원 A씨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빗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 제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엔 '묻지마식' 상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빗썸에 상장된 암호화폐 다수가 상장폐지된 탓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규 암호화폐들을 상장시키고 있어 일각에서는 개발팀의 도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유통 계획 대비 시중에 초과 물량이 유통되는 사례가 4건인 점도 드러나면서 '제2의 위믹스' 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위믹스 '퇴출'…게임업계도 '충격'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112040)의 자체 발행 가상화폐 '위믹스'의 상장폐지는 올 하반기 가장 큰 이슈였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위메이드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이하 닥사) 소속 4개 거래소를 상대로 낸 3건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결국 다음 날인 8일 해당 거래소에서 사라졌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지난 8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사진은 상장폐지 당일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의 위믹스 시세 ⓒ 연합뉴스


위믹스는 현재 바이비트와 후오비, 게이트아이오 등 해외 거래소 약 20여 곳에 상장돼 있다. 따라서 나머지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나 해외 거래소, 개인 간에는 여전히 위믹스 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평탄치 않은 모습이다.

해외 대형 거래소 중 하나인 오케이엑스(OKX)는 상장폐지 규정과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이유로 위믹스를 상폐했다. 후오비와 MEXC 등에선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예의 주시 중이다. 

이에 위메이드는 본안 소송을 통해 이번 상폐의 부당함을 계속해서 알리겠단 계획을 밝혔다. 또한 위믹스와 위믹스 클래식에 대해 1000만달러(약 130억7000만원) 규모의 바이백과 소각을 진행해 가치상승을 꾀하는 전략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130억원 상당의 매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지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심 자산이 물거품된 상황으로 이미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오너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어서다.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 연합뉴스


위믹스의 상장폐지는 게임업계 전반으로도 퍼지고 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발행은 사실상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게임 생태계 구축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따라서 국내 P2E 게임 생태계가 흔들리기까지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P2E 게임 개발 취소를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P2E 게임 관련 프로젝트를 선보이거나 자체 코인 등을 상장하기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국내 서비스 P2E 게임의 존폐 여부가 내년 1월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곤 있지만, 위믹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금융당국의 개입여부까지 거론되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국내 P2E 게임 허용 분위기도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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