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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암호화폐 결산] 1년 내내 '한파'…비트코인 '반토막'

테라·루나 붕괴에 FTX파산까지 '첩첩산중'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2.12.19 16:25:47

경제불황과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제재 속에 비틀거리던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올 한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은 '전호후랑(前虎後狼)'에 빗댈 수 있다. '앞문에서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데 뒷문으로는 늑대가 들어온다'는 의미처럼 재앙이 끝없이 반복됐다. 경제불황과 가상화폐에 대한 각종 제재 속에 비틀거리던 가상화폐 시장은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으로 인해 넉다운됐다. 업계에선 신뢰도를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 전망은 초록불이었다. 시장 규모는 몇 년 새 급성장했으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국가도 생겨났다. 월급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회사에 대한 뉴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락을 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반토막' 났다. 지난 18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초 5600만원대까지 갔던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220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 세계적인 '긴축'…'안전자산' 몰렸다

비트코인의 하락세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지난 1월말 미 연준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하루 동안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연준은 올해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스 스텝'도 4번이나 포함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풀려있던 돈들이 다시 거둬지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본격화됐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와 같이 변동성이 크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고물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큰 손' 투자자들도 꺼리는 중이다. 개인투자자는 더욱 녹록치 않다"며 "금융당국의 규제·보호도 받지 못하는 암호화폐의 불확실성 속에 개인 자산이 증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안전핀' 없었다…테라·루나의 '증발'

지난 5월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테라와 루나의 붕괴였다. 테라는 '1코인=1달러'로 설계돼 가격 안정성을 높인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다. 

암호화폐는 하루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점 때문에 실제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보완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나 유로 같은 실제 자산에 가격을 '페깅'(pegging, 연동)시킨 것이 특징이다. 시총 상위의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 유형 중 '알고리드믹 스테이블코인'에 해당한다. 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유동자산 대신 자매 토큰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해 가격을 유지한다. 테라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하락하면 루나로 테라를 사들이고, 반대로 1달러를 상회하면 테라로 루나를 사들이도록 하는 알고리즘이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소재 빗썸 고객센터에 표시된 루나 코인 시세 ⓒ 연합뉴스


'테라·루나 사태'는 테라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이 발단이 됐다. 이에 루나 가치도 곤두박칠쳤다. 결국 테라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 가격은 더 떨어지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패닉셀(투자자들의 공포심에 따른 급격한 매도)'에 나섰다. 테라와 루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가격을 뒷받침할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투자자 개인이 지닌 비트코인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라며 "이것이 암호화폐가 하이리스크인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팔려고 하거나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내일 당장이라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것이 암호화폐"라고 강조했다. 

특히 테라와 루나 사태가 촉발된 것은 이른바 '안전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권도형 대표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달러와의 연동, 예치금에 대한 연 20% 이자에 과도하게 몰린 투자자들이 한 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대비책은 제로에 가까웠다. 

시총 50조원을 자랑하던 테라·루나의 증발은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상통화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Celsius)를 비롯해 대출·중개 업체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 가상통화 헤지펀드 스리애로캐피털(3AC) 등이 파산을 신청했다. 모두 테라와 루나 사태의 후폭풍이었다. 

◆ '원투펀치'에 KO…FTX 파산 '충격'

하반기엔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졌다. 세계적인 가상통화 거래소 FTX의 파산신청이다. 

FTX의 몰락은 지난 11월 미국의 가상통화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Coindesk)가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 건전성을 폭로한 후 며칠 지나기 않아 일어났다. 당시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X의 자체 발행 가상통화 FTT로 이루어져 있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코인데스크의 보도가 있은 직후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는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FTX에서 자금을 빼려는 뱅크런이 일어났다. 투자자들은 3일 만에 60억달러(약 7조8200억원)를 인출했다. FTT 가격은 겉잡을 수 없이 바닥을 향해갔다. 

바이낸스는 FTX 인수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포기를 선언했고, FTX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대부업체인 블록파이도 파산을 신청했다. 고객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블록파이는 FTX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업체다.

바이낸스와 크립토닷컴 등 여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FTX와의 관련성을 연일 부인하며 고객들의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남부 지방 검사 데미안 윌리엄스가 암호화폐 거래소 FTX 설립자 새뮤얼 뱅크먼-프리드의 혐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 연합뉴스


미국 검찰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를 형법상 사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자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자 불안이 커지자 바이낸스는 이날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16억달러(약 2조8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순유출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7일엔 글로벌 회계법인 마자르가 FTX 몰락으로 투자자 불안이 커지면서 바이낸스와 크립토닷컴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거래 중단'을 선언하면서 비트코인의 하락세에 붙을 지폈다. 

한편, FTX 파산에 따른 후폭풍으로 인해 세계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밝히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목이 죄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호주 정부는 내년 초 가상자산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금융안정위원회(FSB)도 가상자산 규제의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내년 초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증권관리협회(CSA)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잇따른 사건들의 영향으로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 플랫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끝없는 '스캔들'…불안한 미래?

암호화폐 시장은 크고 작은 스캔들로 인해 신뢰도가 추락하는 중이다. 미국 모델 겸 패션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은 이더리움맥스 코인 뒷광고 혐의로 126만달러(약 16억41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블록체인 회사 로닌 네트워크는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6억달러(약 7818억원) 이상을 도난당하면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지난해 약 177억달러(약 23조600억원)의 총 거래액수를 통해 전년인 2020년 대비 213배 증가한 수치를 나타내며 급속장하던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도 무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공백에 따른 시장 불안 우려와 비트코인 반감기라는 상반된 요인이 맞닿아 있는 내년은 더욱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도 역시 쉽게 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암호화폐를 노린 사이버 공격 시도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 보안 전문업체인 피드자이(Feedzai)의 앤디 렌쇼 수석 부사장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거래소가 없다면 암호화폐는 챔피언은 고사하고 타이틀전에 복귀하기도 어렵다. 최소한 훈련 캠프에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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