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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엔화, 곧 휴지 조각…일본은행 소멸할지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12.16 11:41:08
[프라임경제] 일본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모건은행(현 JP모건·체이스은행) 전 일본 대표 후지마키 다케시(72세)는 "정부나 일본은행이 엔저를 멈출 방법이 없다. 곧 엔화는 휴지 조각이 될 우려가 크다. 지금의 엔을 달러 자산으로 바꾸는 편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 예측과 권유 근거를 살펴본다. 다음은 후지마키가 지난 14일 비즈니스 전문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에 기고한 내용을 발췌·요약한 것이다. 

◆6개월 만에 '5조엔 증발' 중앙은행 신용 하락 = 가난과 증세 지옥

일본은행이 11월28일 발표한 4~9월 기 결산에 따르면, 보유 국채 기준 8749억엔(장부가) 상당 손해가 발생했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필사적으로 금리조작으로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9월 말에는 평가손 발생을 피할 생각이었지만 역부족. 3월 말 4조3734조엔에 달하던 평가이익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자산 가치 5조2483억엔을 잃은 셈.

"드디어 일본은행이 없어지고 '엔의 휴지화' 최종 스테이지에 돌입했나"

아사다 참의원은 지난 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를 통해 "전(全) 기간을 통해 같은 비율만큼 금리 상승(패러렐 시프트)시 일본은행 보유 국채에 얼마 평가손이 발생하는가?"라고 물었다. 

아마미야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에 대해 "금리 1% 상승시 28조6000억엔이며 △2% 52조7000억엔 △5% 108조1000억엔 △11% 178조8000억엔 평가손을 입는다"라고 답변했다. 

아찔하고 말이 안 되는 숫자다. 1년간 일본 세수가 70조엔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충당금과 준비금(9월 말 기준)이 11조1000억엔인 만큼 1% 패러렐 시프트(parallel shift)로 완벽한 채무초과다.

일본은행 채무초과가 왜 큰 문제인가. 이는 엔화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채무초과가 지속되고 통화 신인도가 흔들리면 엔화 가치 폭락으로 일본인은 순식간에 가난한 국민이 된다. 

일본인이 엔화 가치를 믿는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에 나서 엔화를 내놓으면 통화 신인도가 흔들릴 수 있다. 

"'현 10년채 금리가 0.25%인 만큼 5% 또는 11% 등은 있을 수 없다'라는 언급은 하지 말기 바란다. 현재 이율은 일본은행이 금리 조작으로 상승을 필사적으로 억제한 결과에 불과하다." 

후지마키 중의원이 지난 6일 중의원 재정금융위원회를 통해 "거액 평가손 발생시 은행 신용은 괜찮겠는가"라고 질의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이에 "은행은 상각원가법, 즉 장부가회계를 채택하고 있어 재무상 손실이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 표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장부가회계로 신용을 측정해 순자산으로 문제가 없었다면 리먼브러더스도, 야마이치증권도 도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영국 트러스 전 행정부가 시장 반란으로 사상 최단기간에 붕괴한 것 역시 '채권 시가평가' 결과다. 

일본은행만 장부가로 평가할 순 없는 만큼 일본은행 주장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찍어낼 수 있으니 괜찮다?" 지폐 남발해선 신용 곤란

일본은행 신용이 떨어져 거래 한도가 축소되면 외국인은 일본 국채나 일본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다. 외환거래도 마찬가지다. 최종적으로 엔 결제는 일본은행 당좌예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원유 구매를 위해 루블 결제를 강제할 수 있는 러시아와 달리 일본 통화는 결제를 강제할 자원도 물품도 없다. 즉 달러와 교환이 불가능해지면 세계 로컬 통화에 불과한 것이다. 

아마미야 부총재와 구로다 총재 모두 일본은행 신용과 관련해 "금본위제 당시 금이 화폐 신용을 담보했지만, 현재 관리통화제도는 중앙은행이 신뢰할 만한 금융정책을 펴야 담보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개최한 도쿄 인터내셔널파이낸셜 포럼에 참가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 프레지던트사 캡처


아마미야 부총재의 경우 2018년 일본금융학회 특강을 통해 "화폐가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중략) 중앙은행 신용이 한번 상실되면 국가 통화라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초인플레이션 사례가 보여주는 대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은행은 정부의 자회사"라는 등 통합정부론이 당당히 통용된다. 지난 10년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금기 중 금기'라는 재정 파이낸싱(정부 세출을 중앙은행이 지폐를 찍어내 메꿈)이 버젓이 이뤄지는 일본 상황은 아마미야 부총재가 말한 중앙은행 신용을 유지할 수 없다.

일본은행은 내(후지마키)가 은행원 시절(2000년 3월 말까지) '통화 안정을 위해 가격이 하락해 채무초과가 될 만한 금융상품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가 철칙이었다. 때문에 약속어음이나 국채 역시 3개월물까지만 보유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평가손 발생 위험이 큰 장기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당신은 거대한 평가손을 안고 있는 어떤 나라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를 보유하겠는가? 나(후지마키)라면 절대 안 한다. 전 세계가 그 중앙은행을 주시해 언제 통화가치가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 '노브레이크' 디플레이션 회귀 없인 해소 불가

현재 일본은행은 신규 발행 10년채에 금리(0.25%) 조작을 통해 필사적으로 장기금리 급등을 억제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관리에 안간힘을 쓰는데 정작 최전선에 서야 할 일본은행이 외면하고 있는 건 너무나 기이한 상황이다. 

재무부 재무관과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구로다 총재는 전 세계가 시가회계로 신용분석을 취한다는 걸 알고 있다. 장기금리 상승시 거액 채무초과로 일본은행 신용, 나아가 엔화 신용이 실추된다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상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도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행 순이익은 매년 1조엔~1조5000억엔이다. 물가 상승으로 단기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 손해가 걷잡을 수 없다. 금리 2% 상승에 따른 평가손 52조7000억엔. 일본은행 순이익만으로 메울 순 없다. 

이처럼 일본은행 당좌예금이 양적·질적 금융 완화로 부풀려진 이상 전통 방법으로 단기금리를 높게 유도할 수 없다. 

당좌예금에 대한 이자율(민간은행이 중앙은행 당좌예금에 예치한 잔액에 적용되는 이자)을 올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 현재 금리를 올리는 다른 중앙은행들 역시 이런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 당좌예금(495조엔)에 이자 1% 적용하면 4조9500엔 상당 지급금리가 발생하며 이자 2%일 경우 9조9000엔으로 증가한다. 현재 수입(1조엔~1조5000억엔)만으로 매년 거액에 달하는 순손실이 생기며 이때 평가손 역시 순이익으로 감당할 수 없다. 

참고로 내(후지마키)가 참의원일 당시 와카다베 부총재는 "단기금리 인상할 땐 보유국채 수취이자도 늘어나는 만큼 문제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역시도 중앙은행맨으로의 긍지도, 학자 긍지도 없는 '거짓투성'이다. 예와 달리 현 보유 국채 대부분은 고정금리 장기 국채다. 고정금리는 만기까지 수취이자가 변하지 않는다.

요점은 일본은행 채무초과는 전 세계가 일직선으로 디플레이션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터보가 작용하듯 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학문적으로 중앙은행 채무초과가 무방한 조건이 3가지다.

① 채무초과가 일시적이라고 판단될 것

② 채무초과가 나라 금융 시스템을 돕기 위함이며, 중앙은행 자체 운영이 적정하게 수행되고 있을 것

③ 국가 재정이 건전해 장래 세수로 채무초과를 보전할 수 있는 전망이 있을 것. 


하지만 일본은행은 이런 조건을 무엇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행은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하지 않을 경우 치솟는 장기금리 때문에 거대 채무초과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이 심해지더라도 채무초과가 너무 커지기에 대처 수단이 없는 상태다. 

◆자산 지키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

현재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내년 4월 이후 신임 총재가 통화정책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그리 믿고, 환율도 엔고로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엄청난 채무초과가 두려워 장기금리 0.1%p 인상, 또는 단 24조(9월16일~10월15일 평잔)에만 적용되는 마이너스 금리 폐지 등 실질적 영향 없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물가 상승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다. 

나 후지마키가 일본은행을 새로운 중앙은행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즉 엔화 휴지화가 가깝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빨리 엔화를 달러 자산(현금에 가까운 달러 MMF 등)으로 바꿔 자신을 지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후지마키 다케시는 일본 미쓰이 은행을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 취득 후 1985년 모건은행에 입행했고, 2013년~2019년 참의원 의원을 지낸 바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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