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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 5·18 구묘역 성역화 사업 '엄이도종'

 

김성태 기자 | kst@newsprime.co.kr | 2022.12.15 15:50:06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해 2023년도 광주광역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프라임경제] 강기정 광주시장이 2023년 본예산이 2089억 원이 삭감돼 통과되자 시의회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시의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는데요.

특히, 강 시장은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비 3억9000만원과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 사업비 1억5000만원도 전액 삭감된 것에 대해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 시장은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의회에 대해 △예산 심의권 남용 △화풀이 식 삭감 △감정적 심의 방식 등을 주장하며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런데 5·18 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은 '졸속 추진'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광주시가 관련 단체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5·18 구 묘역 성역화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광주전남연대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5·18구묘역의 의미 훼손과 박제화를 우려했습니다.

광주광역시의 기본구상(안) 첫 번째 내용은 '제1 추모의장 조성 : 5・18구묘역 원형보존' 입니다. 1980년 5·18 당시 묘역 그대로 원형 보존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광주광역시는 시비와 국비를 포함 30억원 규모의 '5·18구묘역 추모관'을 건립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런데,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추모관이 건립돼 있습니다. 참배객들은 추모관을 둘러보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추모연대는 "5·18구묘역은 1980년 5·18민중항쟁의 주요 사적지이기도 하지만, 1987년 6월항쟁 당시 최루탄에 산화하신 이한열 열사를 시작으로 5·18 진상규명을 외치며 분신하신 표정두 열사, 박근혜 정권의 물대포에 사망하신 백남기 농민 등 52분의 민족민주열사들의 안식처이자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살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상기시켰습니다.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5·18구묘역 추모관'은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를 안장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5.18민주화운동관련자는 누구를 말하는가'라는 논란을 빚으며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추모공간 정비를 1980년 5월18일 당시 묘역 기준 원형 정비로 해 민족민주열사묘역 조성 전으로 회귀한다는 점, 민주화에 헌신한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 정비 사업을 국비 보조 없이 추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정다은 광주시의원도 5·18 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은 '졸속'이라고 짚으며 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와 5·18관련 단체 사이의 갈등을 우려했습니다.

정 의원은 "'5·18 구묘역 추모관 건립'이 슬그머니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 성역화 사업'에 포함되는 등 사실상 '5·18민주묘지 확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와 5·18관련 단체 사이의 갈등이 촉발될 우려가 있어 사업이 원점에서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2년간 광주시 행정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던 5·18 구묘역을 성역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깊은 고민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요.

강기정 시장은 왜 관련 단체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2023년도 광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 의결 전부터 이런 논란이 있었음에도 강 시장은 여론에 귀를 막은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강기정 시장은 이날 의회 본회의 인사말에서 "1980년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고자 한 망월동 묘역 바꾸기 예산이 잘렸다. 그 묘역은 늘 춥고 초라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 시장의 충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추모연대 등 관련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단체는 "우리는 겉모습만 번쩍이는 추모공간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5·18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은 단순한 묘지라는 공간보다는 안장되어 있는 열사들의 삶과 정신을 통해서 그 상징성이 만들어져 나아가야 하는 미완의 공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광주광역시는 시설에만 집중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려고만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 단체 및 광주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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