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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안전·안보' 3高 불감증 이제는 도려내야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2.11.30 12:17:17
[프라임경제] 대한민국이 안전, 안보, 경제 등 3고(高)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포함한 안전불감증, 지속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무관심, 고금리·연속 무역적자에 의한 경기침체가 그것이다. 

산업, 학계 안팎에서 3고 불감증 문제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기 둔화와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 누적액은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국내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최대치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연간 132억67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무역적자국'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시된다. 

무역적자 행진은 올 4월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7개월 연속 적자는 1997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 추이만 살펴보면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 '기우'가 아닌 셈이다. 

무역적자 지속은 무역의존도가 80%(올해 1분기 기준)에 달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한 나라의 경제가 무역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는 경기침체와 기업 재무 여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 그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현 0.27%에서 0.555%로 2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한계기업은 지난해 말 4478곳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해 3125곳이나 폭증했다. 한계기업이란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98년 구조조정 이후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옥석 가르기로 부실기업은 정리하되, 건전한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파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은 이달 초 미국의 금리 인상 계획에 대해 "some way to go, slow but hiher, longers."이라고 말했다. 느리지만 더 높고, 더 오래 가야 한다며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가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이미 우리나라는 2분기까지 환율방어를 위해 22조원 가량을 투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상 기조에 여전히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이를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는 "현재로선 고민할 정도의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경제 불감증을 보여주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안전과 안보에 대한 불감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을 예상했음에도 사전 대비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안전불감증은 대한민국의 사회 키워드로 존재해왔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책임자 처벌과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고는 지속되고 있다. 

또 다시 비극적인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의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유지돼야 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보안 불감증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부를 묻곤 한다. "곧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처럼 전쟁이 발생할 것 같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침착하다 못해 관심조차 없다. 12년 전 연평도 포격전에서 우리나라 군인들이 전사하는 사건부터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이 지속됐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관성적 수사로만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사회의 혼란은 없었지만,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황은 씁쓸하다. 

결국, 경제·안전·안보 불감증은 사슬처럼 엮여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안 좋게 만들뿐이다. 고질적인 3고 불감증 치유 없이는 경제 활성화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는 '3고 불감증'이란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상처가 난 곳은 빨간약만을 바를 게 아니라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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