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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비우기의 중요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2.11.25 14:31:38
[프라임경제] 어제처럼 오늘도 몸을 움직여본다. 열심히 두 발을 굴리다보면 땀이 맺힌다. 송골송골 맺혀가는 땀방울은 일정한 크기로 채워지자마자 내 몸을 벗어난다. 그렇게 떠나보낸 열정의 결실은 아쉽기는커녕 외려 홀가분하다. 

땀이 살갗이라는 외부로 솟아나와 공기 중으로 증발하듯 나를 구성했던 것들도 세상 밖으로 나와야지만 살아있는 의미로 구성된다. 나를 이루는 것들이 안보다는 밖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더욱 가벼워진다. 

그래서 채우는 만큼 버리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특히나 사람은 먹는 만큼 배출해야 하고, 얻은 만큼 베풀어야 하며, 아는 만큼 전파해야만 한다. 그런지 무엇을 느끼거나 얻었으면 당장 공유하고 싶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 또 먹는 만큼 소화시키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느 때는 무얼 먹느냐 보다 어떻게 잘 소화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한 쟁점이 된다. 

배움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활용하여 삶에 접목하느냐가 더더욱 중요하다.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보다는 밖으로 내보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그러므로 지금 무엇을 가지려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무엇을 채우려면 다시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일 수 있다. 

'비우기'는 '채우기'의 또 다른 말이기 때문에 우리는 움켜내려는 것을 위해 아등바등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갖고 채우고 얻고 누리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버리거나 비우는 것에도 제대로 된 집중이 필요한 때다. 

내 안을 채우는 것에만 주목하거나 집착하면 자칫 공허해지는 경우가 있다. 내면을 한낱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는 창고의 공간으로만 활용하기에는 그 쓰임이 시시해져서 그렇다. 정체돼 쌓이는 것을 피하려면 일단 움직임이 자유롭도록 가볍고 또한 막힘없는 상태여야 한다. 

자연스런 순환, 즉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확장해야만 사회적으로 그만한 가치가 부여된다. 그래야지만 배출(排出)이 수월해진다. 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내는 일이야말로 생명이 연장되고, 나아가 가치가 부여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인 것이다. 

들이는 것만큼 잘 내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삶은 더 이상 허무해질 수도 공허해질 수도 없다. 그 애씀이 헛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미 있는 삶의 기록은 언제나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용기 있는 행위나 시도, 그런 진거를 통해서도 누군가의 삶은 찬란히 빛이 났다. 

내 안에서 내보내는 것들이 하나의 정성이고 손길이고 노력이라면. 분명 배출됨으로써 살아있는 희열을 언제이고 맛볼 수가 있다. 그런 배출이 세상의 오물로 전락되지 않도록 우리는 항상 '비우기'에 애써야 한다. 언제어디서든 나의 흔적은 늘 깨끗한 아름다움이 동반돼야 한다.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저지른 나의 오물이 누군가의 혐오로 비춰져서는 결코 안 된다. 내가 머무른 자리가 다른 누군가의 방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비우기'에 집중한다면, 제법 뿌듯하고 가뿐한 삶으로 점철될 수 있겠다. 지나온 걸음마다 개운한 숨으로 매일의 길을 장식해나간다면, 그만한 삶의 충실함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산다. 가장 크고 화려한 행복을 꿈꾸는 게 아닌 작지만서도 따스한 행복을 꿈꾸고 산다. 크나큰 바람과 농익은 거름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잠시나마 이롭게 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 수 있다. 머물러 있지 않고 고립되지 않고 곪아서 썩지 않도록 날마다 짜디짠 땀과 가뿐 호흡을 내보내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다루 작가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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