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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졸속 대책'에 인력난 해결 요원…신음하는 조선소들

E-7 비자 발급 완화에 부작용 속출…"근본적 해결책은 국내 인력 복귀"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11.24 14:42:58
[프라임경제] 조선업계가 당장 생산인력 1만명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인력난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책은 조선업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 개정을 통한 인력 확보다. E-7 비자는 고임금, 고용보장과 더불어 영주비자 전환도 가능해 국내 근무를 희망하는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간 중급 이상 조선 용접공 자격증 취득 후 2년 이상 실무를 경험해야 하는 등 발급 절차가 까다로웠다. 

그러나 정부가 E-7 비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태국 숙련 용접공 10명이 국내에 입국했다. 인력난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부작용 역시 속출하고 있어 비판이 상당하다.

실제로 올해 입국 예정이던 베트남 숙련공 1100명은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해 입국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베트남 현지 인력중개 업체가 당국 노동부 승인을 누락하고 일부 인원의 학력·경력을 속인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인원이 한국 법무부로부터 입국 재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입국한 태국 숙련공 10여명도 기존 예정됐던 600여명 중 일부에 불과해 예정된 인원이 정해진 기한 내에 예정된 인원이 입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E-7 비자 발급 지침 개정 이후 지난 17일 태국 조선 숙련 용접공 10명이 처음으로 입국했다. ⓒ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이같은 원인은 정부의 기량검증 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화됐다는 데에 있다. 기량검증을 주관하는 대한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7월부터 10월 말까지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베트남에 용접 분야 기량검증단을 파견. 약 3000명을 대상으로 기량 검증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협력국 내부에서는 무자격 송출업체가 난립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입국을 희망하는 무자격자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해서다. 송출업체는 이들에게 입국수수료 명목으로 1만5000달러가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리 현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인력난도 한몫한다. 그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진행해왔던 기량검증 사업을 민간이 주관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 시간에 쫓기다 보니 불가피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민간 기관 한 곳이 국가 사업의 핵심 정책을 모두 감당하게끔 만든 것이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협회의 단독주관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밖에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간 불황으로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협회도 구조조정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일시적으로 많은 사업들이 몰려 현장의 부하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협회가 인력난 해소에 많은 역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마땅히 조선업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2의 조직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외국 노동자들의 높은 이직률도 도마 위다.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조선소보다는 건설 등 고임금 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외국인력도 조선업을 기피업종으로 꼽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E9 비자 기간을 늘려 추가적인 외국인 인력 규모 확대를 구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미 영세 기자재 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력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상황에서 이같은 대책이 실효성이 있냐는 의견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 종사 근로자 임금이 올라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 등 양질의 일자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 일하는 인원이 쉽게 모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조선기자재 외국인 인력 상당수가 불법 체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내국인을 적정 규모로 고용하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질적인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 확대와 체류 기간 연장은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할 뿐 아니라 자칫 국내 근로자 임금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업계는 △국내 근로자 처우 개선 △임금 인상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창 연구원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탈한 국내 인력이 돌아와야 한다"며 "임금 상승과 더불어 국내 근로자에게 조선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황에 따라 인력을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조선소와 디지털화를 통한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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