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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내가 틀릴 수 있다"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2.09.13 14:11:28
[프라임경제]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작가의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박미경 옮김·다산북스)>에서 아잔 자야사로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주문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선택과 결단은 마땅히 옳고 합리적인 생각에 의한 결과로 치부된다. 그래서인지 행동은 생각의 확신을 통해서 구현되고, 인생을 보다 진취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또 옳다는 생각과 행동에는 어쩔 수 없는 책임감도 따른다. 스스로 무거운 짐을 얹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이해를 갈구하거나 제 의도를 증명할 수 있기를 원한다. 

따라서 선택과 결단 앞에서 타자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의 시각이 내심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무조건 내 생각이 맞고, 너의 생각은 틀리다'라는 주장을 내세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주장을 내세우다 보면 아잔 자야사로 스님의 말처럼, 갈등의 싹이 트거나 누군가와 맞서야 할 상황을 맞닥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야말로 그의 주문인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가 제 빛을 발할 때다.

그런데도 대개 스스로의 확신은 '내가 옳다'는 양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그 같은 아집은 단단한 생각을 시나브로 오염시킨다. 그때 경계해야 할 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의심을 품어보지 못함이다. 

일단 나의 생각이 아무런 의심 없이 고착되면 일방적이고도 좁은 식견으로 변질되고, 나아가 터널시야가 생길 수 있다. 그때는 온통 내 생각과 선택이 틀림없이 옳거니와 마땅히 적합할 뿐이다. 

어떤 것도 타협할 요소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보려는 것만 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전부가 되고 만다. 점점 상대와의 관계에서 격차가 생기고 균열이 발생해 시시때때로 갈등이 등장한다. 

급기야 서로를 향한 이해의 부재는 소통의 단절을 초래하고,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옳다'는 대표적인 징벌과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자처해서 징벌과 고통을 짊어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내가 옳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항시 깨우쳐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오늘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소통전략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내면에서 시시각각 떠오르는 생각에 반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들은 대개 사실보다는 의견에 편향돼 있다. 의견은 가장 나약하고 가벼운 상태로 머릿속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기꺼이 반기를 들거나 등을 돌려도 괜찮다. 결국 쓸데없는 의견이 분리돼 떨어지면 생각은 객관적 사실과 견주어 대조된다. 

그때가 비로소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깃들 때다. 머지않아 독단적인 생각은 힘을 잃고 증발하고 말 것이다. 

특히 절벽에 다다를수록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외침은 다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판단은 한 순간의 생각이며, 생각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그 같은 생각으로 선택과 결단을 내리기에 우리는 늘 실수한다. 또 누구나 옳다고 믿는 길로 나아가더라도 나에겐 잘못된 길이 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인생에서 어떤 생각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의 목표와 계획과 미래가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가기도 하고, 그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자주 목도한다. 그러니 언제까지 나의 옳음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복적으로나마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이치만 알아도 제법 우리네 인생이 편안하게 물들어 갈 것이다.


이다루 작가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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