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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일본 '오봉(お盆)'은 추석보단 백중날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9.13 14:16:01

도쿠시마현 '아와오도리'. ⓒ 도쿠시마시


[프라임경제] 8월15일은 일본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오봉(お盆)'이다. 7월15일을 오봉으로 삼는 도쿄도 일부·요코하마 일부·시즈오카 일부 지역과 8월1일의 또 다른 도쿄도 일부 및 기후현 일부가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파다. 

오봉은 불교에 일본 전통 신앙인 신도가 결합한 축제로, 이 기간 조상 영혼을 모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15일이 오봉인 지역에서는 13일 저녁 묘소나 길가 등에 '무카에비(迎え火)'라는 불을 피워 영혼이 집으로 잘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집안에 마련된 제단에 공양물을 바친다. 

오봉 다음 날은 사찰이나 거리에서 이승에 온 망자들이 기쁘게 춤을 추는 '봉오도리(盆踊り)'가 펼쳐진다. 봉오도리는 과거 사찰 경내에서 행해지는 종교의식이었으나, 현대 들어 거리나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춤을 추는 지역축제로 발전했다. 이때 망루를 세우고, 노점을 배치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마지막은 영혼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배웅하는 '오쿠리비(送り火)'라는 불을 지핀다. 불을 피우는 장소는 무카에비를 했던 곳이다. 오쿠리비와 함께 강에서는 영혼을 안내하는 등불과 공양물을 흘려보내는 '도로나가시(灯籠流し)'가 행해진다. 

오봉 중에는 조상 묘를 찾아 돌보는 '오하카마이리(お墓參り)' 의식도 병행된다. 오봉은 조상 영혼을 위로하고, 왕생을 기리는 불교 '우란분회(盂蘭盆會)'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봉 봉(盆)은 여기서 유래됐고, 봉은 공양물을 담는 그릇을 말한다. 

일본에 우란분회가 전해진 건 7세기 무렵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때부터 음력 7월15일 중원절에 음식을 공양해 죽은 이를 구제하는 풍습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이런 오봉이 8월15일로 바뀐 건 메이지 시대인 1873년 양력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정부가 포고령을 발동해 일시에 음력 7월15일을 양력으로 바꾸자, 음력에 맞춰진 각종 연중행사가 계절과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7월15일이 농번기인 지역에서는 날짜를 늦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농경사회였던 일본 대부분 지역이 오봉을 변경하게 된다. 

오봉이 조상을 기리고 제사하는 등 측면에서 한국 추석과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역사성에 있어 한국에서 중원·백종·망혼일 등으로 부르는 '백중날'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무난할 것이다. 

오봉은 △오쇼가쓰(お正月, 1월1일) △골든위크(4월말~5월초)와 더불어 3대 명절 하나로, 현재 연휴 기간은 4일이다. 

한편, 추석은 한반도에서 발상한 한민족 고유 명절이다. 삼국사기 중 신라본기에 두 무리가 길쌈 경연 후 8월 중순에 술과 음식을 나눴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 추석 역사는 최소 2000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을 순수한 우리말로 '한가위'라고 하는데, 이는 크다라는 '한'과 가운데 의미를 가진 '가위'가 합쳐진 말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8월 한가위는 1896년 대한제국 시절 양력이 도입될 때도, 과거 정부가 설날을 양력으로 바꿀 때도, 변함없이 음력 기준이었다. 

가을 추수를 앞두고 햇곡식으로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추석을, 복더위가 한창인 양력 8월로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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