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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메이저 리그 '전설' 베이브루스 불러낸 오타니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8.17 13:53:50

투수 오타니 쇼헤이. ⓒ 지지닷컴


[프라임경제] 지난 9일(현지시간) 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선수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전에 '2번 DH 겸 투수'로 선발 출장해 10승을 달성했다. 6이닝 동안 투구 수 92개를 통해 △4피안타 △5탈삼진 △볼넷 4개 △무실점을 기록한 것. 

이로써 오타니는 1918년 베이브루스 이후 '두 자릿수 승리, 두 자릿수 홈런'을 이뤄낸 104년 만의 선수로 등극했다. 물론 타격에서도 25호 홈런을 포함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 'Codify Baseball'은 이를 두고 "오타니는 오랜 기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역사에서 다음 세 가지 기록을 한 시즌에 달성한 최초 선수다. 투수로 10승 이상, 타자로 10홈런 이상, 주자로 10개 이상 도루. 이건 정말 비현실적이다"라고 활약상을 믿을 수 없다고 추켜세웠다. 

NFL 네트워크 기자 아담 랭크 역시 트위터에 "오타니가 야구를 하는 동안 지구상에 함께 있는 우리는 정말 축복"이라며 승승장구하는 오타니를 '사무라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볼을 타자가 배트로 받아쳐 점수를 내는 경기다. 아마추어 단계에서는 야구 감각이 뛰어난 투수가 중심타자로 활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 세계에서는 투타가 철저히 분업화된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투수라도 중심타선에 배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칫 투구 밸런스를 잃고 난조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투수는 방어율로, 타자는 타율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프로야구다. 

하지만 오타니와 같이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두 명 몫을 해내려면 투구 후 주어지는 휴식기에도 야수로 출장해야 한다. 규정타석을 채워 타자로 성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투타겸업'을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초인적 체력이 필요하다. 

프로야구 역사가 150년 가까운 미국이나 80년 넘은 일본에서도 투타겸업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투타겸업'을 일본에서는 '이도류(二刀流)', 미국에서는 '투웨이 플레이어(Two-Way Player)'라고 부른다. 

미국 언론이 오타니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베이브루스'라는 미국 야구 전설적 존재 때문이다. 과거 뉴욕 양키스에서 714개에 달하는 홈런을 달성한 '강타자'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지만, 양키스 이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7년간 89승을 올린 '특급투수'이기도 했다. 

실제 베이브루스는 1914년 투수로 입단한 첫해 4승을 시작으로 1917년까지 67승을 올렸다. 타격에도 재능을 보인 그는 간간이 타석에도 등장하며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한다. 

이런 그가 1918년 동료 권유로 투수 비중을 줄이고 야수 겸 타자로 선회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이뤄낸 성과가 13승과 홈런 11개다. 이를 오타니가 100여 년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베이브루스는 1934년 전미 선발팀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해 도쿄와 오사카 등 12개 도시에서 시합을 치렀는데, 비 내리는 구장에서 장화를 신고 우산을 펼친 채 수비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도 전해진다. 

타자 오타니 쇼헤이. ⓒ 로이터


한편 '1994년생' 오타니는 사회인 야구 선수 아버지와 배드민턴 선수 어머니를 둔 3형제 막내로, 193㎝-102.1㎏(225lb)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인 최고구속(165㎞/h)도 보유하고 있다. 

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2013년 19세 나이로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에 입단해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오타니는 미국행을 희망했던 만큼 1순위로 구단 지명을 받고도 "저를 평가해준 건 고맙지만, 미국에 가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입단 교섭에 응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구단이 '마이너리그 가혹함, 모국에서 실력을 쌓은 선수가 MLB에서 활약할 확률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설득하자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2017년까지 닛폰햄에서 뛴 오타니는 2018년 미국 MLB와 NPB(일본야구기구)간 체결된 포스팅 시스템에 의해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로 이적한다. 

일본에서 5년간 △투수 42승15패 · 방어율 2.52 △타자 타율 0.286 · 48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미국 진출 첫해 △4승2패 · 방어율 3.31 · 탈삼진 63개 △타율 0.331 · 홈런 22개를 이뤄내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획득했다. 

2019~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와 부상 등으로 인상적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2021년에는 △9승2패 · 방어율 3.18 · 탈삼진 156개 △타율 0.257 · 46홈런 등 투타겸업이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로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오타니 연봉은 550만달러(71억원)로 메이저리거로서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전년도 부상 등으로 팀 기여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지금까지 활약만으로도 연봉인상 요인이 넘친다. 남은 경기에서 승수를 더 쌓고, 홈런 10개를 추가할 경우 3000만달러(39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제 그의 나이 28세다. 한동안 전 세계 야구팬에게 화려한 '투타겸업 쇼'를 보여줄 수 있는 젊음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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