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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아베 사라진 일본, 앞으로 정국은?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7.18 10:23:57

참의원 개표센터에서 아베에게 묵도하는 기시다 총리 등. ⓒ 지지통신


[프라임경제] 아베 신조 전 총리(67)가 지난 8일 참의원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모친이 특정 종교(구 통일교회)에 빠져 가정이 파탄된 데 원한을 품은 아들 소행이었다. 

아베가(家)는 '외조부' 기시 전 총리 때부터 해당 종교단체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아베 사망 이틀 후 치러진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향한 동정 심리가 작용해 직전 선거보다 3% 이상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 승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베는 통산 8년 8개월간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를 지내며 정치의 보수화·우경화를 이끌었다. 총리 퇴임(2020년 8월) 이후에도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영수로 정계에 영향력을 유지했다. 

후임 스가는 "아베 정책을 계승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총리에 취임했으며, 그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오른 기시다 역시 아베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앞으로 일본 정국은 계파 중심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최대 파벌' 아베파 향배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가 14일 '아베 전 총리 국장을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도 아베파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일본에서의 국장은 요시다 전 총리 전례(1967년)가 있었을 뿐, 패전 이후 평화헌법 제정할 때 공식적으로 사라진 상태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킹메이커'이자 정계 실세로 군림한 아베의 갑작스런 죽음은 일본을 혼돈에 빠트렸다. 앞으로 예상되는 정국의 변화를 짚어본다. 

◆정치 측면

기시다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 대승으로 다음 중의원 선거 때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는다. 다만 선거 결과가 총리 능력보단 아베 사망에 따른 동정표 결집에 의한 승리였다는 점이 부담이다. 

'약소 파벌 수장' 기시다는 그동안 아베와 거리를 두면서도 적절한 협업을 통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어떤 쟁점이 있거나 타 계파와 협의가 필요할 땐 아베와의 사전 협의 혹은 보고를 통해 양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구심점을 잃고 분열할 수도 있는 아베파 동정이 불안요소인 셈. 

기시다 총리가 선거 이후 기자 회견을 통해 "아베 전 총리 생각을 이어받아 납치 문제와 헌법 개정 등 난제에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한 것 역시 아베파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아베 노선에 치우치면 스가 전 총리를 비롯한 개혁파 세력의 반발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 '아베 숙원'인 헌법개정(자위대 명기 여부)도 기시다에 있어 커다란 짐이다. 

중·참의원 각각 2/3 찬성과 국민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헌법 개정은 자민당 세력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다. '공동 여당' 공명당과 일본유신회 등 우군 협조가 필요하지만, 아베 전 총리 시절에도 공명당의 소극적 자세로 무산된 적이 있다. 

아울러 시다 총리는 개헌론자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때에 따라선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 신임을 물을 수도 있다. 

◆경제 측면

지난 2012년 11월, 중의원이 해산되고 12월 아베 내각이 등장하는 1개월여동안 닛케이 평균주가가 20% 상승했다. 민주당 정권에 실망한 국민과 기업이 자민당에 거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당시 일본은 장기간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동력'인 수출이 엔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권을 잡은 아베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구조개혁으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를 띄웠다. 한 마디로 저금리 자금을 거의 무제한 풀어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시중에 자금이 풀리자 기업이 활기를 되찾고 고용이 늘어났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밀려들며 지방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모두 엔저 덕분이었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 차액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수입물가 급등 등 부작용이 더 컸다. 

소지츠 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요시자키는 "현재 자민당 내 적극 재정을 요구하는 젊은 그룹과 재정규율을 중시하는 중진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라며 "전자를 결속하고 있던 건 아베 전 총리였고, 기시다 총리는 후자 입장이었다"라거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베 사망으로 당내 세력 균형추는 아베노믹스 수정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7월9일 동양경제 온라인 기고문 중). 

아베가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아베노믹스가 종언을 고하는 모습이다. 

아베는 한국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인물이다.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에 명시된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했다. 2019년에는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감행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아베가 사라진 한일 양국 협상 테이블은 새로운 주역을 기다리고 있다. 온건 보수주의자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 있는 역사 인식을 기대한다(일부 경칭 생략).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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