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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의 위기관리, B2M에 주목하라

'Biz-to-Market' 관점에서 위기 대응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22.07.13 10:55:51
[프라임경제]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이를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위기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위기관리에 대한 워런 버핏의 명언이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위기관리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갑작스런 위기가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델만그룹은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2시간30분 안에 전 세계 25%에 퍼지고, 나머지 75%에는 24시간 이내에 퍼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위기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평판과 관련된 리스크도 40% 증가했다.

기업의 위기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기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이 더 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의 실언,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사건들은 사실 과거에도 많았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스마트폰과 SNS도 한몫하고 있다. 증거 확보가 쉽고 광범위한 실시간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과거라면 덮어지고 감춰졌을 '비정상적인 일'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곧 기업이 위기에 처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위기 발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사례가 많아져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기업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고 미숙한 실정이다.

기업의 위기를 깊이 있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세분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 위기를 세분화한 논문이나 확립된 정설은 아직 없다. 필자는 개인적 경험과 견해를 기반으로 위기를 3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첫째는 기업간거래(B2B) 위기로 품질, 기술, 납기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거래처 대상 위기다.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 거래가 단절되거나 거래량이 축소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로 B2B 기업에 해당한다.

둘째는 기업간 개인거래(B2C) 위기로 제품, 서비스, 평판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소비자 대상 위기다.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으로 제품 판매에 영양을 미친다. 주로 B2C 기업에 발생하며 언론에 보도되는 위기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기업간 시장거래(B2M) 위기다. 실적 악화, 불성실공시, 내부통제제도 문제, 감사의견 문제, 주주총회 안건 부결, SNS 오보 발생, 세무조사, 배임이나 횡령 발생, 과도한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투자자 대상 위기로 정의할 수 있다.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거래처나 소비자와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대부분 기업은 B2B와 B2C 위기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반면, B2M 위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고 있다. 전자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직결되지만, 후자는 기업가치(주가)에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 B2M 위기를 B2B, B2C 위기만큼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B2M 위기가 B2B와 B2C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동시에 거래처나 소비자, 혹은 모두일 수 있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A기업의 불성실공시로 손해를 본 투자자는 A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그 기업 제품을 기피할 수 있다. B기업의 시장 불신이 누적되면 거래처와 신뢰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B2M 위기는 다른 위기와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하기에, 매우 중요한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최근 모 바이오 기업은 기술 계약 해지로 당일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또 다른 한 상장사는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그 뒤로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말 기준 감사의견 거절 및 비적정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오른 기업이 42곳(유가증권시장 4곳·코스닥시장 38곳)에 달한다. 기업이 B2M 위기를 소홀히 여기고 안일하게 대응하면, 거래처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위기에 빠진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소액주주 집단소송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B2M 위기에 대한 예방과 사후 대응에 적절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반면 한국 상장기업은 B2M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 및 사후 대응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그 인식 수준 자체가 매우 낮다.

경영자는 '주식시장에서의 위기는 곧 기업의 존폐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B2M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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