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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조 간편결제시장 '길 잃은 카드사'

카드 발급·결제 인프라 공급 등 역할 축소 우려

황현욱 기자 | hhw@newsprime.co.kr | 2022.07.12 16:55:04
[프라임경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이 간편결제시장에서 점유율 49.7%를 기록하며, 카드사들을 제치고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더욱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마저 통과될 경우 카드사와 빅테크사 사이 경계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지급결제시장마저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지급결제시장 변화와 카드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21조원으로 국내 민간결제 1000조원의 20%를 넘어섰다. 또한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해 왔으며,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의 경우 빅테크 업체가 49.7%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점유율 27.6%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다.

◆ 간편결제시장 빅테크 확장력, 카드사 '속수무책'

간편결제시장에서 빅테크사들은 QR기반 독자결제망을 확대하는 한편 결제와 멤버십 적립을 한 번에 가능하게 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카드사 강점 영역이었던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카드사 간편결제 서비스는 주로 자사 카드만 연결되는 폐쇄형 구조에 생활 혜택도 부족한 편이라 빅테크들의 확장력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 모양새다.

지난 5월 네이버페이 월 이용액은 사상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네이버파이낸셜 법인 설립 시점 대비 가맹점 수는 약 2배가 늘어난 규모로, 충성 사용자에 해당하는 월 결제자수는 50% 이상 증가했다. 최근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네이버페이 이용액 100조원 달성 목표를 밝혔다.  

ⓒ 연합뉴스

카카오페이도 지난 5월 거래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 2018년 3월 1조원을 돌파 이후 약 4년 만에 10배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99조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으며, 올해 1분기 거래액은 27조2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거래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국내 15세 이상 인구의 80%, 3788만명을 기록했다.

빅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며 "카드사나 기존 금융권들이 내놓은 간편결제수단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빅테크가 내놓은 페이 서비스에 비해 범용성이 떨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빅테크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결제산업의 경쟁과 혁신' 또한 빅테크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업은 새로운 결제 사업자를 육성하고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등 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을 밝히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급결제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카드사와 빅테크사와의 경계가 사라져, 카드사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라이선스를 확보한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은 카드, 계좌, 충전금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하고 후불결제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 신용카드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상품 중개 등도 가능해져 명실상부한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의 역량은 고객 기반과 개방성, 데이터 분석 등에서 빅테크 간편결제사보다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며 "카드사들은 우수한 인재 확보와 투자를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되면, 카드사 수익성 '악화일로'   

비대면 거래가 상승하면서 빅테크들의 선불충전금 규모 역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금융업자 72곳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2조9934억원으로 지난 2017년 1조2484억원 대비 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2021년 간편결제 3사 선불충전금 현황. = 황현욱 기자

이는 지난 5년 전 대비 카카오페이가 946%, 비바리퍼블리카(토스) 204% 성장률을 보였으며, 지난 2019년 설립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또한 112%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카카오페이 선불충전금이 4046억원, 네이버페이 948억원, 토스 1076억원이 적립된 상황. 비대면 거래를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의 꾸준한 상승세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카드 연결보다 계좌 기반 선불충전금이 자사 생태계 내 유통될수록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 초반)의 선불충전금 활용도가 높은 상황에서 결제 습관이 고착화될 경우 향후 카드사용 또한 일부 둔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 "카드사들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Z세대에 초점을 맞춰 게임 캐릭터를 플레이트로 하고, Z세대들이 자주 가는 곳에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출시해 Z세대를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은 통장에 충전해 쓰는 방식"이라면서 "넓게 보면 체크카드와 별반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크카드 혜택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 Z세대들이 선불충전금 시장으로 많이 이동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류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간편결제에 카드 연결 비중이 높아 빅테크와 카드사가 상생하는 효과가 있지만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 규제가 완화되면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이 카드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 발생 시 카드사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카드사는 카드 발급과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인프라 공급자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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