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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가 픽업트럭도 화물차? 취지 잃은 과세 기준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6.29 12:43:17
[프라임경제] 아웃도어 활동이 인기를 끌자 레저에 용이한 픽업트럭도 덩달아 인기다. 국내 픽업 시장은 매년 3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꾸준한 수요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새로운 픽업트럭을 들여오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픽업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에 대항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내건 차별화 전략은 고급화다.  

실제로 이들의 전략은 먹히는 모양새다. 일례로 7000만원대의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지난해 국내 등록 대수는 9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3.4% 늘어났다. 아울러 지난해 4월 출시된 포드 레인저 역시 987대가 등록됐다.

올해는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가 픽업트럭 브랜드인 GMC의 시에라 드날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시에라 드날리의 국내 판매가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북미시장 기준으로 책정 시 1억원대로 예상된다. 

문제는 고가형 픽업트럭도 화물차로 분류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픽업트럭을 구매하면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된다. 취득세도 일반 승용차에 비해 2% 낮은 5%다. 또 부가세 환급 대상이어서 법인으로 차량을 구매한다면 판매가격의 10%에 달하는 세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

혜택은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일괄 적용된다. 시에라 드날리 얼티밋 모델에 이 같은 혜택을 적용한다면 2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책정되는 자동차세도 픽업트럭으로 분류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픽업트럭의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으로 고정 세율이 적용된다. 6197cc에 달하는 시에나 드날리 배기량을 승용 기준으로 책정하면 160만원이 넘는 자동차세를 매년 납부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면 조세 형평성 문제를 넘어 불필요한 세수 감소 문제까지 우려된다. 현재 세금 부과 기준을 유지한다면, 더 많은 세수가 사라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나아가 픽업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돼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심히 의문이다. 시대가 변하며 픽업트럭 용도 역시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고가의 픽업트럭은 화물 용도보다는 레저 및 트레일러 견인 등 고급 취미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수입 픽업트럭의 경우 세컨카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인즉슨 국민들의 세금이 일부 상류층의 레저활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혜택의 범위 또한 커진다는 점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고가의 픽업트럭 구매자다. 

이런 상황은 국내외적으로도 맞지 않다. 전 세계에서 픽업트럭 수요가 가장 높은 미국에서조차 픽업트럭을 일반 SUV와 같은 경승용차로 분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픽업트럭과 SUV의 용도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방증이다.

국내 역시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일정 금액 이상의 픽업트럭에는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거나, 차량 대수에 따른 세제감면 혜택 축소 방안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

일부 상류층의 레저용 픽업트럭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봐도 옳지 않다. 본연의 명분에 맞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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