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달라진 '임금피크제' 판결, 중견·중소 반응은?

업체 규모 따라 중요·시각 범위 달라…중견련 "기업 경영 혼선·생산성 저하 야기"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06.21 15:22:22
[프라임경제]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당 결과를 뒤집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노동 및 재계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쟁점과 이해'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근로 시간 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점차 깎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임금 삭감 대신 정년을 늘리는 정년연장형,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대다수 사업체가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정년 이전 특정 시점으로 임금을 낮추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A(67)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구 전자부품연구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해 삭감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과 2심이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내린 판단에 대법원도 동의한 것이다.

앞서 1991년 연구원에 입사한 A씨는 2011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된 당시 직급이 2단계, 역량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받았다며 2014년 퇴직하면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은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제기한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법원이 차별이 아니라는 결과를 내리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전·현직 근로자 1073명과 239명이 케이티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KT의 전·현직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KT의 임금피크제의 합리성을 따져본 결과 필요한 제도였다고 본 것이다.

한편,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한국노총은 현장지침을 내려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하고 있고, 은행권 노조는 소송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주요 기업 노조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잇달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 中小 "명확한 기준 세워야·인력난 우선" 우선순위 천차만별

중견기업계는 올 하반기 임금피크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다며 기업 현장의 혼란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6일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 관련 중견기업계 의견'을 통해 "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시행 6년을 맞는 임금피크제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권고에 따라 제도를 도입한 기업 현장의 혼란과 임금 소송 남발로 인한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될 우려가 커졌다"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제기한 임금피크제 소송 결과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 것과 대해서도 비슷한 논조다.

중견련 관계자는 20일 프라임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므로 명확한 결론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으로서 법원의 판결이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의 임금피크제) 결론은 비용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혼선이 기업의 추가적인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자체적으로도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해 '다른 문제에 비해 심각한 주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모 중소 시스템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임금피크제보다 당장 채용할 인력이 없어 걱정“이라며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IT 스타트업 대표는 "다른 문제보다 최근 VC 자금조달 기준이 높아지면서 경영이익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발자 몸값에 대한 부담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중소기업의 22.5%가 60세 정년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중 21.5%가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집합 비율을 보면 전체의 약 4% 정도만 이번 판결의 영향권에 있는 것.

노동법 관계자는 "중·소업계는 해당 규모와 경영 방식에 따라 시각이 천차만별"이라며 "노사 간 이익 균형의 근시안적 목표를 넘어,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의 기본 요소인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임금피크제 기준 정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