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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이동 슈퍼' 도쿠시마루는 독주 중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6.17 15:35:20
[프라임경제] '도쿠시마루'가 경쾌한 로고송을 울리며 골목을 누빈다. 소형트럭에 장착된 진열대에는 각종 식품과 일용품 400품목·1200점 이상이 갖춰져 있다. 생선 등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냉장고도 딸려 있다. 

해당 차량은 이동이 불편해 일상용품(특히 식료품) 구입이 어려운 '쇼핑 난민'을 위한 이동 슈퍼다. 고객 95% 이상이 70대 후반 이후 고령층이다. 상품은 지역 거점 슈퍼에서 공급받고, 가격은 슈퍼 가격에 개당 수수료 10엔(100원 정도)을 붙인다. 상품을 집 앞까지 배달하는 부가가치 성격이다. 

주문 후 며칠을 기다리고 배달료가 비싼 인터넷 쇼핑과는 성격이 다르다. 필요한 물품을 낱개로 구할 수 있고, 직접 보고·만지고·느끼고·고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도쿠시마현에서 창업한 도쿠시마루. © IT미디어 비즈니스


도쿠시마루는 현재(2022년 5월 기준) 1006대가 운행되고 있다. 2012년 차량 두 대로 시작한 후 10년 만에 일구어낸 성과다. 

도쿠시마루 비즈니스 모델은 B2B2B2C다. 즉, 도쿠시마루 본사가 지역 슈퍼마켓과 노하우 제공계약을 맺고, 판매 파트너를 투입해 고객에게 판매한 후 마진을 나눈다. 차량을 소유한 파트너는 본사와 계약된 개인 사업자로, 상품은 전량 슈퍼에서 제공된다. 파트너는 사전 주문을 받은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적당한 곳에 잠시 슈퍼를 차리고 단골을 맞는다. 규칙에 따라 지정된 지역을 일주일에 2번 방문하고, 하루 3곳을 돈다. 

남은 상품은 언제든 반품할 수 있어 파트너는 판매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런 도쿠시마루 이동 슈퍼는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거점 슈퍼 △안정된 수입을 올리는 판매 파트너 △쇼핑 장소가 생긴 고객 등 3자가 만족하는 구조다. 소매 유통 틈새를 찾아낸 절묘한 'Subscription(권유판매)'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도쿠시마루는 차량 1대당 하루 평균 10만엔(약 1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중 파트너 수수료가 17% 정도이므로, 파트너는 일요일을 제하고도 월 40만엔(약 400만원) 정도 수입이 보장된다(6/11 IT미디어 비즈니스). 도쿠시마루 최대 강점은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인구와 슈퍼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 및 교외 외에도 도심부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이 불편하면 도로 건너편에 슈퍼가 있어도 신호 주기에 맞춰 횡단이 어렵고, 비탈진 길을 오르내리기 힘들다. 또 자녀에게 신세 지기 싫어하는 노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겐 잘 보이지 않지만, 쇼핑이 자유롭지 못한 계층은 어디에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도쿠시마루에서 쇼핑 중인 고객들. © IT미디어 비즈니스


도쿠시마루 비즈니스 핵심은 이런 쇼핑 난민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 본사 전담 직원이 대상 지역을 가가호호 방문해 쇼핑 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고객으로 유도한다. 한번 고객이 되면 충성심이 강한 것이 노령층 특징이다. 독거노인들은 이동 슈퍼가 나타나면 앞에 모여 금세 활기가 도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코로나가 극성일 땐 서로 마스크 착용을 챙기곤 했다.

이런 '지역 지킴이' 역할이 지자체와 연대를 맺는 부수적 효과를 끌어냈다. 첨단 디지털과 대척점에 있는 아날로그 방식이 유통 구조를 바꾸는 아이러니가 '유통 선진국'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 15만명 고객을 상대로 47개 도도부현에서 독주하고 있는 도쿠시마루 경쟁상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도쿠시마루' 상호에는 본사가 있는 도쿠시마현, 친절하고 도타운 마음을 나타내는 도쿠시(독지)라는 복합적 의미가 담겨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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