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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년 하는 임단협, 노사 파행 이끄는 주범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6.07 12:20:33
[프라임경제] 올해도 어김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시즌이 찾아왔고, 기업마다 노사 상견례가 한창이다. 다만, 근래의 광경을 보고 있자면 임단협이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는 소통의 장이기 보다는 오히려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보인다.

잦은 주기의 임단협을 무기로 노조가 매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며 습관적인 파업을 일삼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심지어 일부 강성 노조 집행부는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임단협을 정치적 용도로 이용, 본래의 명분은 오간데 없다.

이를 두고 '국내 노동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현재 국내 노동법은 2년을 초과하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기업을 옥죄는 노조의 강력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 

주요국 중 매년 임단협을 진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그나마 일본은 노조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 행위가 금지돼 있어 한국보다 여건이 낫다. 또 노동 친화적인 독일에서조차 임단협을 법으로 강행하지 않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4년 주기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짧은 교섭 주기 탓에 국내 기업의 교섭 비용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임단협 타결 시 매년 20차례 이상의 상견례를 가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요 4개국의 10년 평균 임금 근로자 1000명당 협상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 4만2327일 △영국 2만3360일 △미국 6036일 △일본 245일이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습관적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도 주요국 대비 현저히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가별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한국 38.7일 △프랑스 35.6일 △영국 18.0일 △미국 7.2일 △일본 0.2일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낮아지자 국내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으로 꼽히는 한국GM의 사장은 지난 몇 년 간 안정적이지 못한 노사관계를 두고 수차례 비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임기를 마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잦은 임단협 리스크가 국내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국내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임단협 주기가 미국은 4년인데 비해 한국은 1년으로 매우 짧아 파행적인 노사관계가 흔하다"며 "외국계 투자기업의 지속적인 국내 투자를 위해서 노동개혁과 노동 유연성 등의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하게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해외 주요국과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안정된 경제, 높은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제조 능력, 경쟁력 있는 부품 공급망 등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강성으로 꼽히는 자동차업계 생산직에서 임단협 주기 개정에 긍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생산직의 77.8%가 적절한 임단협 주기를 묻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2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모두가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시작은 바로 임단협 주기 개정에 있다. 노조는 잦은 임단협만이 노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안정된 경영상황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임단협을 통해 전체 노동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임단협 주기를 연장해 경영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임단협에만 치우치던 노조 활동에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노사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부터,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까지 고루 갖춘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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