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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반열 올려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2.05.12 09:48:28
[프라임경제]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과 함께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오직 잘 사는 나라, 건강한 나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동안 같이 달려와 준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2일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향년 92세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 아워홈

구 회장은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이어 미국으로 유학해 디파이언스 대학교(Defiance College)상경학과를 졸업했으며,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달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하지만 1969년 삼성이 전자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 경쟁구도가 형성되자 구 회장은 LG그룹으로 돌아갔다.

럭키 대표이사, LG반도체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에는 LG유통에서 분리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구 회장은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2016년 6월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LG에서 화학, 전자, 반도체, 건설,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 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역량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사업부를 몸 담았던 거대 조직의 어떤 도움도 없이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구 회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먹는 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를 했다.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에 불만이 있었다.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구 회장은 단체급식사업도 화학, 전자와 같이 자신이 몸 담았던 첨단산업분야에 못지 않은 R&D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워홈은 단체급식 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 5천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으며, 현재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진출도 빨랐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다양한 중국 식재료를 원활히 수급, 직접 생산해 단체급식 질을 올리기 위해서다.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 아워홈


이어 2017년 베트남 하이퐁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에는 M&A를 통해 기내식업체 HACOR를 인수하며 기내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HACOR는 현재 LA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 단체급식, 식품사업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공공기관 식음서비스 운영권을 수주했다. 미국 우정청(US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과 구내식당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어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에 진출했으며, 올해 신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고삐를 당기고 있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 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세상에 내놓았던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했다.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구 회장은 당초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을 경영에 참여시켰으나 2016년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돼 형제간 분쟁이 불거졌다. 지난해에는 세 자매가 손 잡고 오빠를 해임하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을 하고 있다. 형제들은 경영권, 배당, 지분매각 등을 두고 6년 넘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인: 구자학 회장
△빈소: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 2022년 5월15일
△장지: 경기도 광주공원묘원
△연락처: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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