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김찬영의 Law포유] 정부산하 연구기관 연구원 백혈병 산재 인정

 

김찬영 변호사·공인변호사 | press@newsprime.co.kr | 2022.05.06 16:00:42
[프라임경제] 최근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두 명의 연구원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연구원들이 다루는 화학물질과 백혈병 발병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 산업재해로 승인되기까지 약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라 생각된다.

연구원들은 정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었으며, 2018년에는 김 모 연구원과 2019년에는 조 모 연구원이 백혈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두 연구원 모두 같은 직업 환경에 속해 있었으며 모두 화학 분야 연구를 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환경 내에서 일해 온 연구원이 같은 병으로 사망한 것을 보면 근무하는 환경상 다루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위험도가 아주 높았을 것이다. 

담당했던 연구 과제를 살펴보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이 확인됐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실험을 하거나 신체에 화학물질이 튀거나 유독 물질에 대한 노출을 막아주는 다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당시 상황들은 김 모 연구원의 생전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실제 실험을 하던 중 오염 물질이 튀기도 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연구원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는 보호구 착용이 미흡하단 지적이 해마다 반복됐다. 

유족들은 지난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이에 대한 조사가 2년 넘게 이루어진 후에야 최근에 승인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근무했던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실험실이 없어져서 노출의 정도를 직접 파악할 수 없었지만, 관련 자료들과 동료 연구자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과거 환경에서 노출된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파악할 수 없고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때 이용되는 것이 '추정의 원칙'이다. 추정의 원칙은 근골격계 질환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직업성 암에서도 적용된다. 

암은 잠복기가 아주 길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지나 조사하려고 할 때에는 작업장이 사라지거나, 당시 사용한 설비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인해 당시 상황의 상황 조사가 정확히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추정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특정 직업군에서 특정하게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조사를 생략해 산재 보상의 절차가 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추정의 원칙이란 특정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의 경우 신속한 산재보상을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직업성 암은 업무 관련성 판단이 어려운 질병이므로 전문 역학조사 및 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기에 처리 기간이 보통 장기화된다. 

대부분의 직업성 암은 증상이 발현되기까지의 잠복기가 길다. 암의 종류에 따라 잠복기간도 업무 관련성 판단 요인 중 하나가 되기 때문에 잠복기간 전의 발암물질 취급 및 노출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자료가 부족하고 근무지가 사라졌던 경우들이 대다수라서 조사가 어렵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로복지공단은 일부 산업 종사자에게 직업성 암이 발생했을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인정 사례가 있는 경우 업무 관련성 전문조사를 생략한다는 추정의 원칙이라는 지침을 적용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4조 3항 별표 3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을 보면 벤젠에 대한 구체적 인정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백혈병의 유해 물질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감리 방사선(X-선) △1,3-부타디엔 △산화에틸렌으로 명시돼 있다. 이러한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직종은 △승무원 △통신 장비 작업 업체 △제조업체 △방사선 관련업 등으로 다양하다. 

열거한 유해 물질들은 합성세제·페인트 제거제·염료·사진 약품 등에 주로 쓰이고 화학물질을 다루는 실험실 · 석유 관련 업체 · 합성 접착제 등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제조업, 페인트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업무 중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취급 및 노출된 시간이 업무에 종사한 기간과 환경에 비추어 볼 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유해· 위험요인에 취급 및 노출된 경력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과거에 직업성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근로자라면 발병한 상병과의 업무 관련성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면 직업성 암의 특성상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조사 절차가 간소화되어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 보상 승인을 받기가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스마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대한진폐보호자협회 자문변호사 / 서울특별시 노동권리보호관 / 한국폴리텍대학교 자문위원 /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자문변호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안전보건과 의료 고위과정 감사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