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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굵고 길게" 현대차·기아 노조, 으름장 놓을 때 아니다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5.02 18:06:12
[프라임경제] "타결 기한을 두지 않고 굵고 길게 교섭하겠다."

이는 올해를 '공동투쟁 원년의 해'로 정한 현대자동차·기아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 임하는 각오로 내뱉은 말이다. 지난해 당선된 현대차·기아 노조지부장이 강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 가히 협박처럼 들릴 법하다. 

노조는 공동 투쟁 5대 핵심 요구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 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고용안정 △해고자 원직 복직 및 가압류 철회 요구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본인들의 근로 여건 개선을 대폭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노조의 요구가 현실과는 완전히 동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노조는 정년연장과 함께 자연 감소 인원을 신규로 충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현대차·기아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미래차 관련 최근 해외 투자를 늘리는 회사의 기조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또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될 때 필요한 부품 수는 약 50% 불필요해지고, 30~40% 고용 감소도 불가피한 탓이다.

이와 함께 정년연장을 요구하면서 근로자의 연차 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임금제를 받는 연공제를 유지하겠다는 것도 일부 기득권 노조의 배불리기에 불과하다. 

생산직은 연차 수가 생산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고로 고연차 직원이 많을수록 제품 생산단가는 높아진다. 쉽게 말해 현재 동일한 모델의 판매 단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은 임금 때문이고, 그로 인해 날이 갈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당연히 노조 내부에서도 집행부의 정년연장 요구안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특히 젊은 층의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또 정년연장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들 입장에서는 집행부가 전체 노조원이 아닌 4050세대 생산직만 챙기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사실 지금의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권익 향상 목적보다는, 일부 중장년층 기득권 노동자만의 편익을 위한 단체로 변질된 지 오래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 중심의 기성 노조 활동은 더 이상 공정한 보상과 연관 지을 수 없다.

매번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을 대변한다는 대의적인 명분 뒤에 숨어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귀감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순께 임단협이 예정돼 있는데, 임단협에 차질이 생길 경우 노조는 또다시 파업을 불사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그들에게 '공동투쟁 원년의 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가뜩이나 길어진 출고대기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상당함에도, 임단협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들은 파업이라는 카드로 불을 지필 준비를 마친 듯하다.

"노조의 무너진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다만, 최근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혼다를 제치며 5위에 오르고, 전동화 모델들이 글로벌시장 곳곳에서 각종 수상을 휩쓸며 전기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현대차그룹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노조의 협조와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노조가 자신들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상황에 맞지 않은 자존심을 걸다가는 자칫 회사의 글로벌 위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은 "굵고 길게"라고 누군가를 협박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노조 리스크'가 힘들게 쌓아온 성과를 좌초시킬 뿐이라는 것을 노조 스스로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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