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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저흔 치료는 '마음의 상처'도 낫게 한다

 

김영구 연세스타피부과 강남점 원장 | press@newsprime.co.kr | 2022.04.28 15:18:39
[프라임경제] 진료에 임할 때 의사의 마음은 환자가 누구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떤 환자에게는 유난히 마음이 쓰일 때가 있다.
 
피부과 의사로서 '주저흔'을 진료할 때도 그에 포함된다. 외관상 모양은 흉터와 비슷하지만, 주저흔(hesitation mark)은 명칭부터 흉터(scar)와 다르다. 

그런데 명칭에 자국 또는 흔적(mark)이란 용어가 포함돼 있어 흉터보다 중증도가 낮을 것이란 선입관을 갖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주저흔은 자해나 극단 선택 시도 등을 할 때 남은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술, 외상, 여드름 등의 흉터와는 발생 원인이 무척 다르다. 

이 때문에 주저흔을 가진 사람은 피부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A군도 마찬가지다. 평소 별말이 없어서 가족들은 학교에 잘 다니는 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급우들의 '왕따'를 꽤 오래 당하고 있었다. 결국 A군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자신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뎌왔는지를 하소연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상담과 치료 등을 받고 위기는 넘겼다. 왕따 피해도 더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팔에 남은 주저흔은 볼 때마다 그 힘들었던 시간이 떠오르곤 했다. 피부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그 흔적을 볼 때마다 마치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주저흔 환자들은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치료가 필요한데도 막상 피부과 문턱을 넘는 일부터 쉽지 않다.

피부과 의사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만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보고 공감해줄지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게 환자들의 속마음이다. 진료 예약을 하기에 앞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례는 주저흔 외에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주저흔을 치료할 때 의사의 마음 씀씀이가 특별해야 하는 이유다. 

주저흔의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로는 레이저 시술이 꼽힌다. 피부에 난 상처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마음의 상처를 지우는 일과도 밀접한 연관돼 있으므로 진료 상담부터 레이저 시술까지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주저흔의 레이저 시술은 환자가 처했던 어려움에서 시작된 아픔과 고통에 대한 치료의 마무리이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는 상처로 인해 또다시 찾아올 아픔에 대한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흉터를 치료하는 레이저가 때로는 마음의 상처 치유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피부과 의사가 정신 치료와 상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상담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몸에 난 상처의 흔적을 없애는 데만 그치지 않고 주저흔 환자의 마음에도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진료실에서 실감한다.

주저흔은 성인들도 있지만, 청소년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왕따, 학교 폭력 등이 줄어들지 않는 한 주저흔을 겪는 청소년들은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 심리학자들은 주저흔의 치료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청소년 문제는 예방이 최선이다. 다만 이미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생긴 주저흔을 볼 때마다 지나간 아픔을 떠올리는 청소년들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짧은 옷을 입어야 하는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주저흔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있다. 

김영구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강남세브란스 피부과 전공의 수료  / 피부과 전문의  /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 대한피부과의사회 정회원 / 대한의학레이저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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