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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욱기 칼럼] 송백지청(松柏之靑)

 

김욱기 한화 컴플위 자문위원 | press@newsprime.co.kr | 2022.04.08 10:24:03
[프라임경제]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 얻은 것이 있다며 하는 말 중 하나가 주변 사람 중 누가 진정한 친구였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추사(秋史) 김정희도 세한도(歲寒圖)에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추사의 세한도는 국보 180호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세한도에 권력과 부를 좇아 따르는 인간의 본성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세태 속에서 변하지 않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칭송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한도에는 멀리 제주도에 유배 중인 추사에게 책을 보내 준 제자 이상적의 변치 않는 마음에 대한 고마움과 권세와 이익만을 좇는 세태를 비판하는 추사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권세와 이익만을 좇아 따르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풍조다. 어찌 비싼 값을 주고 산 이 귀한 책을 권세가에게 보내지 않고, 먼 바닷가 초라한 처지의 나에게 보냈는가"

"사마천이 말하기를 권력과 이익을 좇아 모인 사람은 그것이 사라지면 멀어진다고 했는데, 그대도 세간의 한 사람일진대 어찌 그리 초연한가? 그대는 나를 권력과 이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가, 아니면 사마천이 틀렸다는 말인가?"

"공자가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더디 시듦을 안다고 했듯이, 송백은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도 송백이요, 추운 겨울이 온 후에도 마찬가지로 송백인데 성인(聖人)은 특별히 한겨울 이후의 변함없음을 칭찬하였도다"

세한도에 추사가 인용한 공자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더디 시듦을 안다'는 공자의 말은 어렵고 힘든 시기가 오면 사람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공자 자신이 몸소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느끼고 깨달은 바다.

공자의 칠십 평생은 수많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뛰어난 학식과 탁월한 인품으로 세인의 존경을 받았지만, 위정자들로부터 제대로 쓰임을 받지 못했다.

56세의 늦은 나이에 꿈을 펼칠 나라를 찾아 14년간 천하 주유를 다니던 시기는 공자에게 가장 큰 고난의 시기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공부를 통한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했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밥도 굶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 당시 공자를 본 어떤 이는 그를 '상갓집 개'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얻은 깨달음을 송백(松柏-소나무와 잣나무)의 변치 않는 푸르름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다.

송백은 다른 나무들의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해지는 겨울에도 여느 때와 같이 푸르다. 그래서 송백은 선비들의 지조와 의리를 상징한다. 세상인심은 자기 이익을 좇아 쉽게 변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선비의 모습이 송백과 닮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면서 지조와 절개, 의리를 얘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고 비실용적인 유교적인 발상이라고 비난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추사가 살던 시대에도 송백의 푸르름과 같이 변하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지닌 이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됐을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걸 알면서도 꽃의 붉음과 권력만을 좇는 이들이 있다. 

비록 세상의 인심이 권력과 자기 이익만 좇더라도 송백의 푸르름이 지금도 변함없듯이 우리도 자신의 신념과 그 신념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조와 의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욱기 한화 컴플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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