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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대 흐름 비껴간 자동차 세금, 과세 기준 손질 절실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4.08 10:22:49
[프라임경제] 여세추이(與世推移). 초나라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당시 어지러운 국정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결국 초나라에서 추방된 굴원이 초췌한 모습으로 강가를 거닐자, 그 연유를 묻고 어부가 꾸짖은 말이다.

지혜와 덕을 겸비한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흐름에 옮겨간다.

즉, 세상의 변화에 맞춰 융통성 있게 적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변화 속에도 간혹 변화와 흐름을 비껴가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 관련 세금이 그렇다. 특히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나 자동차세는 법안이 발의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탓에, 만들어진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름에도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1977년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발의된 개소세는 부자들의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사치품에 부과했던 세금이다. 당연히 자동차도 사치품으로 분류됐다. 법안이 발의됐을 때는 국민의 99% 이상이 자동차를 보유하지 못했을 정도로, 일부 상류층을 위한 제품에 불과했다.

세상은 변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450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 2명 중 1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와 달리 자동차는 가정에서 필수 이동 수단이다.

그렇다고 지금은 자동차를 사치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정 지을 수 없다. 수천만원, 나아가 수억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두고 사치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당연히 맞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를테면 차량을 구매하는 목적이 모두 다른데, 모두에게 동일한 개소세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치품을 분류하는 기존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성을 갖춘 차량을 구매하거나 상업용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그리고 사치품으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에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사실 1998년 처음 시행된 개소세 인하 조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습관처럼 '경기부양용 카드'로 쓰였다. 또 개소세 인하 연장이 지속되다 보니 인하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다시금 인하될 수 있다는 사회인식도 막연하게 자리 잡았다. 

이런 인식이 굳어진다면 정상적인 소비가 일어나기 어렵다. 일관성 없는 인하 정책은 오히려 시장 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매번 달라지는 과세 기준에 조세형평성 문제까지 거론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상은 변했다. 45년 전 만들어진 개소세는 변화된 세상에 맞춰 융통성 있게 개편될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은 △차량가격 △연비 △성능 등을 고려해 차등 부과하거나, 전기차는 모터출력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말이다.

명분이 퇴색된 조세는 자칫 위법 징수로 여겨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세 과세 기준 역차별 논란도 마찬가지다. 차량의 배기량이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데 '고배기량 차종은 고급 차종'이라는 55년 전에 멈춰 있는 색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다.

차량 배기량을 낮추면서 성능은 향상시킨 다운사이징 엔진들이 쏟아진지 오래다. 같은 모델이라 한들 다운사이징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고배기량 모델보다 성능과 가격 모두 높은 경우가 허다하단 소리다.

갈수록 배기량과 차량가격의 비례관계가 줄어들고 있는 까닭에 조세 역전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다. 일례로 8000만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 가솔린 모델의 자동차세는 39만8200원으로, 2000만원대의 기아 K5 2.0 가솔린 모델(39만9800원)보다 저렴하다. 두 모델의 배기량은 각각 1991㏄, 1999㏄다. 

이런 현상은 그저 아이러니할 뿐이다. 현행 자동차세 과세 기준은 공정성과 형평성 둘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세 과세 기준 변경은 세수가 떨어질까 염려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관련 부처는 매번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차량가격과 탄소배출량 등을 고려한 세심한 과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마침 빠르게 도래하고 있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새로운 과세 기준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상이 변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함께 변화한다는 여세추이. 그 말마따나 정부에게 여세추이라는 사자성어로 당부하고 싶다. 합리적인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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