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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어둠의 효용성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2.04.01 13:25:45
[프라임경제] 속담에도 있듯이 어둠을 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캄캄한 밤에는 마을의 한길에서도 길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출처: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처럼 익숙한 거리, 또는 낯익은 풍경도 어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어둠은 인간이 지각하는 모든 감각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어둠에 사로잡힐 때마다 방황하거나 주저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그것은 인생의 기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우리는 삶의 질문으로부터 시간을 허락해야 할 때, 뭔지 모를 불안감에 무자비하게 마음이 흔들린다. 그때야말로 우리의 삶에 어둠이 찾아 들어오는 때다. 어둠은 순간적으로 삶에 드리워져 마음의 동력을 앗아가고 만다. 대개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소로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는 한길에서도 길을 잃게 된다. 

그때는 자신의 행로나 방향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어둠을 맞는 일은 제 안의 문제들로 빚어낸 결과가 결코 아니다. 단지 어둠이 찾아올 때라서 그렇다. 어둠이야말로 삶의 이정표를 무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다 보니 어둠에 사로잡힌 제 자신을 탓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어둠을 이겨보려는 거센 대항력도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어둠 속에 잠잠히 침잠하는 것, 어둠을 익숙하게 받아들여 감화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실체가 보이고, 풍경이 그려질 것이니 다시금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술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저서 <월든>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어둠은 모든 빛을 차단한다. 그리하여 빛으로 반사된 피사체가 한순간에 제 빛을 잃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것은 실존의 부재가 아니다. 존재하는 영역 안에서 기꺼이 답을 찾는 때다. 그래서 빛으로 생성돼 정진하는 모든 것들이 어둠을 맞게 되면, 사방에 혼란과 물음이 뒤덮이고 만다. 

대개 생장하는 것들은 멈춤의 마디가 필요하다. 식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런 이유 때문에 때가 되면 어둠 속에 잠잠히 침잠하며 다시금 의미를 재정립해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빛과 어둠은 한 쌍인 듯 움직이며, 그 둘의 공존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길을 잃어 방황하거나 주저앉은 사람들은 거기서 끝이 아니란 것을 다시금 상기해만 한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 머물면서 스스로의 질문에 깊은 답을 찾아야 한다. 어둠은 진짜의 나를 발견하기 좋은 시간이며, 내 안의 무한한 능력을 깨닫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틈이다.

그게 바로 빛과 어둠이 상생하며 공존하는 이유다. 어둠으로부터 빚어낸 시간이 빛을 받으면 나아갈 동력으로 탈바꿈된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이다. 이런 순환이 이뤄질 때 신체는 회복되고, 삶의 질도 확장된다. 

간혹 빛이 풍성한 낮 시간에도 누군가의 걸음은 잘못된 방향으로 쉬이 나아가기도 한다. 아직 어둠을 맞이하지 않았거나, 허투루 보낸 이유다. 그리하여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빛나더라도 결국 길을 잃게 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낮만큼이나 밤을 애처로이 여기자. 어둠이 찾아오면 그 속으로 깊이 침잠해 스스로를 어두운 명도(明度)로 힘껏 낮춰보자. 어둠에 익숙할 즈음 모든 것은 새롭게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 걸음씩 나아갈 큰길의 윤곽과 내 안의 걱정도 완화될 것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답을 찾았다면, 거뜬히 몸을 일으키면 된다. 나를 세우는 순간, 어둠은 전멸한다. 


이다루 작가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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