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차대조표는 특정시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경제적 자원)과 부채(경제적 의무), 자본의 잔액에 대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기업의 자금 상황을 알고자 할 때 사용되는 것이 대차대조표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상황을 알고자 한다는 큰 골자는 유지한 채 한자를 조금 다르게 해서 대차대조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수레 차(車)와 고를 조(調). 바로 '대車대調'로 말이죠.
세상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있고, 그 자동차를 만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존재하는데요. 그 속은 온통 라이벌 천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언제, 어떤 브랜드가 우위에 서게 될지 가늠할 수 없죠. 이에 대차대조를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재밌는 이슈와 트렌드를 선별해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포드 브롱코 △지프 랭글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같은 출생지에 다른 맛 표현…공통된 건 '오프로드'뿐
그간 국내에서 오프로더 역할을 도맡았던 모델은 지프 랭글러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시장에 랭글러 외에 마땅한 적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드디어 랭글러의 대항마가 나타났습니다. 포드의 야생마 '브롱코'가 국내에 출사표를 던진 것입니다.
랭글러와 브롱코 두 모델은 본고장 미국에서도 매번 비교 대상으로 꼽힐 만큼 오랜 기간 대결구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치열한 경쟁구도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요.
국내에 출시된 브롱코는 4도어 하드탑 아우터 뱅크스(OUTER BANKS)입니다. 포드코리아가 브롱코 라인업 중 국내 특성과 현지 공급물량 등을 고려해 아우터 뱅크스만을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랭글러 4도어 파워탑 루비콘입니다.
'오프로더'라는 공통된 목적 하에 태어난 두 녀석은 많이 닮기도,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확실한 취향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다는 두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랭글러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됩니다. 랭글러 시초인 윌리스 MB는 1941년 전쟁을 위해 태어나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활약한 모델인데요. 종전 후 현재까지 출시되고 있는 랭글러는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정통성까지 갖춘 리얼 오프로더입니다.
반면, 1966년 출시된 브롱코는 지프 CJ-5 모델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포드에서는 어느 도로에서나 달릴 수 있는 SUV를 만들기 위해 독자적인 플랫폼까지 개발하며 브롱코 개발에 힘을 줬는데요.
브롱코 외관은 1세대 모델의 레트로 감성을 담았습니다. 출시 당시 미국 규정에 맞춰 제작된 원형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을 그대로 채용해 브롱코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완성했는데요. 넓게 처리된 블랙 하이그로시 그릴과 조화를 이룬 간결한 외관은 브롱코를 더욱 세련되게 만들죠.
랭글러는 지프만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초기 모습을 유지한 클래식한 외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데요. 7개 슬롯으로 구성된 그릴이 어우러진 특유의 각진 디자인은 오프로더라는 정체성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브롱코 실내는 1세대 브롱코 대시보드에서 착안해 심플함을 강조했습니다. 넓은 면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대시보드 위에는 12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아, 군더더기 없는 만듦새를 보여줍니다. 이와 달리 랭글러의 실내는 다소 투박합니다. 큼직한 기어노브와 각종 버튼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됐고, 다소 거친 느낌을 통해 오프로더 감성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성능에서는 브롱코가 다소 앞섭니다. 랭글러가 2.0ℓ I4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화를 통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를, 브롱코는 2.7ℓ V6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5.3㎏·m를 발휘하죠.
사실 두 모델의 존재 목적은 '산악 길과 같은 험로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인데요.
이에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은 차체 설계와 구동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두 모델 모두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두 앞뒤 차축에 험로 탈출에 용이한 디퍼렌셜 락을 적용, 오프로드에 적합한 차체 구성을 완성했죠.
또 구동 유연성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브롱코는 유압식 스테빌라이저 바를 분리할 수 있고, 랭글러는 앞바퀴를 연결한 스웨이바를 끊을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여기에 브롱코는 지형 관리 시스템인 G.O.A.T(Goes Over Any Type of Terrain) 모드와 오프로드 안정성 서스펜션 시스템 등을 장착했고, 랭글러 역시 언덕 밀림 방지와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를 통해 안정된 오프로드 주행을 보여줍니다.
차체 디자인의 경우 가파른 비탈길 등 다양한 환경에서 무리 없이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돼 높은 접근각과 이탈각을 자랑합니다. 브롱코는 △접근각 33.5° △램프각 20° △이탈각 29.7°, 랭글러는 △접근각 36° △램프각 22.6° △이탈각 29.2°입니다.
크기는 랭글러 △전장 4885㎜ △전고 1850㎜ △전폭 1895㎜ △휠베이스 3010㎜, 브롱코 △전장 4838㎜ △전고 1878㎜ △전폭 1938㎜ △휠베이스 2948㎜입니다. 크기는 랭글러가 다소 긴 편인데, 적재용량은 오히려 브롱코가 앞섭니다. 브롱코는 최대 2197ℓ, 랭글러는 최대 2050ℓ까지 적재 가능하죠.
편의·안전 사양은 새롭게 출시된 브롱코가 우위를 가져갑니다. 브롱코는 싱크4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뱅앤올룹슨 스피커 △220V 인버터 등을 지원합니다. 더불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보조 △어라운드 뷰 △사각지대 경고 △오토 하이빔 등 승용차 못지않은 안전 사양까지 갖췄죠.
랭글러는 8.4인치 터치스크린과 유선연결의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 등을 제공합니다. 기본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모니터링 △후방 카메라가 적용돼 크게 모자람은 없습니다.
한편, 이 두 모델 외에 정통 오프로더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또 다른 모델도 있습니다. 바로 랜드로버 디펜더 110인데요. 가격은 다소 있는 편이지만, 디펜더 110은 오프로드 SUV에서 빠질 수 없는 모델입니다.
디펜더는 70년이 넘는 역사를 잇는 사륜구동 모델로, 브랜드 정체성이 집약된 모델인데요.

랜드로버 디펜더 110 외관. ⓒ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디펜더 110은 각진 형상의 그릴과 원형의 헤드램프가 듬직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연출해주고, 칼로 자른 듯한 후면 디자인과 함께 어우러진 전반적인 디자인이 단순함을 넘어 시크하기까지 합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계승한 덕분일 텐데요.
실내는 어떤 차량에도 볼 수 없던 센슈얼한 느낌입니다. 차체 프레임이 그대로 노출된 디자인에 볼트로 마감한 디자인 구성이 매우 독특하죠. 10인치 디스플레이와 바로 아래에 위치한 기어노브 및 조작 버튼의 레이아웃 구성은 세련됐습니다.
브롱코·랭글러와 비교 대상으로 꼽을만한 모델은 디펜더 110 P300. 디펜더 110 P300은 2.0ℓ I4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랜드로버 디펜더 110 실내. ⓒ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크기는 △전장 5018㎜ △전폭 1996㎜ △전고 1967㎜ △휠베이스 3022㎜로 앞선 두 모델에 비해 유독 높은 전고를 가졌고, 이를 통해 가장 뛰어난 도강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디펜더 110은 최대 900㎜ 수심까지 운행 가능하며, 브롱코와 랭글러는 각각 850㎜, 762㎜입니다.
이외에도 디펜더 110은 △접근각 38° △램프각 31° △이탈각 40°이며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3D 서라운드 카메라 △전자식 액티브 리어 락킹 디퍼런셜 기능 등의 사양을 기본 제공합니다.
판매가격(부가세 포함)은 △포드 브롱코 6900만원 △지프 랭글러 6340만~7040만원 △랜드로버 디펜더 110 9180만~1억4117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