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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스템임플란트로 비춰본, 국내 자본시장의 '참혹한 민낯’

상장사 총 76개 거래정지 중, 발 묶인 소액주주 약 100만명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1.13 11:44:04
[프라임경제] 새해 벽두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횡령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세간은 문제의 재무담당자가 회삿돈을 사용한 경위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면에는 상장사의 허술한 내부회계 관리제도와 주주 피해자들에 대한 안일한 대처, 회사의 오만함이 자리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시가총액 2조원을 웃도는 코스닥 시총 19위 임플란트 전문기업이다. 이런 우량기업에서 재무관리팀장 이씨가 홀로 2215억원의 회사 자기자본을 횡령했을지 많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은 지난 5일 이씨가 체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씨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범행 배후에 회사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회사 측은 이씨 단독범행으로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지난 12일 경찰은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압수수색에 나서며 사건과 연루된 인물이 추가로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전모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곧 밝혀낼 것이라 기대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피해자는 주주들이 아닐까싶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이 회사 소액주주는 약 2만명에 달하며, 전체 주식 55.57%를 차지했다. 현재 투자자금은 지난 3일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거래중지하면서 고스란히 묶여있는 상태다.

이번 횡령사건으로 인해 투자금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해 초 5만1000원에서 연말 14만2700원으로 177% 상승 마감한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를 생각하면,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이에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중지 이틀 후인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총 24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건 수습에 나섰지만, 소액주주 2만명 중 일부가 집단소송을 진행해 불씨가 들불로 번진 모양새다.

오스템임플란트 거래가 재개돼도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횡령에 대한 감시 시스템 미비로 인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상승과 낮아진 회사 신뢰도로 인한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현재 상장실질심사 등도 매우 중요한데,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주주들에게 득이 될 상황은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암울한 상황에 다가올 악재만 가득하다는 표현도 가용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오는 24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며,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거래는 즉각 재개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불과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만명의 소액주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애꿎은 피해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닌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76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들이 △상장폐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감사의견 거절 △파산신청 등의 이유로 거래정지 중이다. 여기에 발이 묶인 소액주주들만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년 이상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19개, 특히 반도체 관련업체 아래스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5년째 거래정지 중이다. 사유는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이 12억5000만원 규모 횡령 혐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거래소 개선기간 제도와 법원의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등으로 5년간 개인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38개사 중 횡령·배임 문제가 적발된 상장사는 △신라젠 △스킨앤스킨 △경남제약헬스케어 △코오롱티슈진이다. 신라젠의 경우 17만4000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지난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 발목 잡혀있으며, 이들의 투자자금만 8000억원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새해부터 큰 충격을 준 것은 맞지만, 비단 최근에만 벌어진 사건이 아니란 점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일부 상장사의 허술한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다시 한 번 재조명시킨 셈이다. 

더욱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14년 최대주주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최근 한 직원이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또한 사내에는 경영진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도 없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 이미 예고된 사고란 점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국거래소에서 "국내 증권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평가받고 있어 코스피 5000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몸집만 키우기 이전에,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 뼈대부터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상장한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당국의 허술한 상장사 관리·감독과 회사의 모르쇠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시총 2조원 이상, 코스닥 시총 순위 19위 공든 탑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놓일지 그 누구도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철저한 감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기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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