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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의 시크릿 ESG] 기후투자,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

 

김주헌 GGGI 필리핀사무소장 | press@newsprime.co.kr | 2022.01.12 16:43:25

[프라임경제]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 <돈 룩업 (Don't Look Up>은 지름 5-10km로 추정되는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파격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과학적 확신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를 이끄는 정치, 경제, 언론계의 리더십은 각자의 이해 관계에 함몰 돼 있다.

영화는 6개월의 혼란 끝에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미국식 블랙 코미디로 신랄하게 풍자한다.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영화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혜성 충돌이라는 사건은 현실 세계의 기후 위기를 상징한다.

지난 2021년은 그야말로 ESG 투자 열풍의 해였다. 국내 ESG 상장지수펀드 (ETF)의 운용규모가 1조 6000억원,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등의 발행액 규모는 86조 9000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ESG 투자규모는 2020년 40조 달러를 상회했다.

'환경·사회·거버넌스'에 대한 임팩트를 실현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돈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결국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쓰여야 하는 돈이다.

지난 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도 투자 받는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탄소 중립(net-zero) 목표에 연계시킬 지에 대한 계획 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의 투자가 실질적인 임팩트를 실현하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다.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는 기업보다 수익률이 높은 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투자금만큼,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 환경적 위험 요인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들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다.

게다가 투자를 받는 시점, 프로젝트의 실행 그리고 임팩트 실현 사이에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2022년을 시작하며 두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첫째는 시간적 제한이다. 2050년, 그 때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임계점 (tipping point)을 지나 회복 불능한(irreversible)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를 통한 집단 과학 지성의 결론이다. 우리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산불, 폭염, 홍수, 태풍 그리고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인간계로 넘어온 미증유의 바이러스를 통해 이미 충분한 경고장을 받았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언제 상용화 될 지 불확실한 기술에 투자하고 기다리는 것 보다는 좋은 투자다. 물론 그 전에 신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지난 해 기후변화협약 (UNFCCC)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은 세계적인 동의를 얻었다. 에너지원 확보가 급선무인 개발도상국의 입장 때문에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표현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추세는 확실하다. 지난 해 국제에너지기구 (IEA)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신규 석유 및 천연가스 투자는 멈춰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급한 것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확충, 전기차 전환, 폐기물 처리, 산림 등 탄소흡수원 확대 및 자연기반해법(NbS)을 통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존에 투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경우 2020년 기준 에너지믹스의 6.6%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50년까지 60.9%~70.8%로 높이는 것이 정부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 설비 용량은 480기가와트(GW), 풍력발전 설비는 41GW가 되어야 한다. 2021년 기준 설비 용량은 각각 21GW, 1.7GW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주민의 반대와 환경영향평가는 피할 수 없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며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가장 경제적·환경적으로 타당한 대안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CCUS), 수소, 암모니아 발전 그리고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투자는 모두 필요하지만, 상용화 되기까지 아직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대안적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옵션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ESG 투자금은 현실적으로 임팩트 실현이 가능한 곳에 우선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지원 자금이 활용되는 방식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지난 해 COP26에 제출된 국별감축목표(NDC)를 종합하면, 현 추세로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 심지어 NDC가 조건부(conditional)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익 위주의 접근법도 해답이 될 수 없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어느 한 나라만 잘해서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둘째는, 재무 실적을 넘어, 임팩트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 투자금의 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여하고 있는지, 대기 질은 개선 되었는지,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되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다.

영화에서는 지구 충돌 직전의 혜성을 핵으로 파괴시키는 유일한 해결책을 포기하고, 파국을 맞이했다. 혜성이 보유한 천연 자원들의 천문학적 사업 기회에 천착한 한 기업의 수장과 그를 지지하는 대통령의 결정 때문이었다. 기후 위기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용하는 일부 발전사들은 소위 고효율 저탄소발전소를 구현한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친환경 발전소로 홍보하기도 한다. 효율이 개선될 지언정,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배출 총량이 아니라, 순 증가율이 '제로'라는 식의 위장 홍보 자료도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의 경우도 배출량 중 일부는 CCUS를 통해 처리하고, 일부는 탄소배출권거래를 통해 상쇄한다는 식의 친환경 포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CCUS 기술로 어느 정도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고, 배출권거래는 실현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고 직접적 임팩트 창출이라고 보기 어렵다. 소비재 제품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소비자원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제, 화장지 등 7개 제품 군 중 40%이상이 허위 과장 표현을 했다고 하고, 영국의 경쟁시장청 (CM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온라인 친환경 마케팅의 40%가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올 소지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팩트 실현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뭔가 친환경적이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부풀리는 기업에 ESG 투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날카로운 기준으로 막아야 한다.

영화와 현실이 그래도 다른 점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연말 연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해 새 헌법을 제정하는 칠레의 경우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를 개헌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0개가 넘는 금속, 광물, 석탄 채굴권과 농장 허가증을 취소했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밝혔고,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은 2030년까지 직접 배출 (Scope 1) 및 간접배출 (Scope 2)을 통한 탄소 중립을 공언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 해말, 설계수명기간(lifecycle) 동안 킬로와트시(kwh)당 온실가스 배출이 평균 250g CO2eq 이상인 모든 해외 발전소 투자의 즉각적인 중단을 선언했다. 세대간·섹터 간의 논의도 더 활발해져야 한다. MZ 세대가 모여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그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천문학적 가상 자산들도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창조적 프로젝트들을 고민해야 한다.

2050년이라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수익의 관점을 넘어, ESG 투자가 본질적 임팩트를 실현시키고 있는 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투자 수익률, 신사업 기회, 재생에너지 전환의 일부 부작용, 심지어 국익도 혜성이 충돌하는 순간 모두 무의미한 이야기가 된다.

시간적 제한성을 외면하는 것은, 혜성이 지구로 접근하는 데 "하늘 위를 쳐다보지 말라 (Don’t Look Up)"고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탄소 중립에 당장 도움이 되는 투자 옵션을 제쳐놓고 아직 실현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래 사업기회에 과도하게 천착하거나, 탄소 중립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해 그린 워싱으로 수익 추구에만 골몰하는 기업들은 날카롭게 걸러내야 한다.

영화 주인공인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혜성이 보유한 희귀 광물의 사업적 가치 때문에 위험한 방식을 택하자고 주장하는 기업 배시의 CEO 피터 (마크 라이런스)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수천 조의 이득을 얻어도 우리가 죽고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What do these trillions of dollars even matter if we’re all gonna die?)

김주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필리핀사무소장, 前 유엔환경계획 녹색경제이니셔티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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