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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후지산 분화 '스탠바이' 신주쿠 10㎝ 화산재 쌓일 수도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1.10 14:41:03
[프라임경제] 최근 후지산(富士山)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종영된 TBS 드라마 '일본 침몰' 최종회에서 후지산이 대분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허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올지 모르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아사히신문 계열 온라인 매체 AERA dot는 "가까운 장래 분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올해일 가능성도 있다"라는 학계 전문가 의견을 인용 보도했다.

사실 지난해 12월3일 새벽 2시경 야마나시현 동부에서 발생한 진도4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해 "후지산 화산활동과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라고 발표했지만, 전문가 진단은 달랐다. 

시즈오카현 후지시에서 바라본 후지산. © 위키피디아 재팬 캡쳐


나가오 도카이(東海)대 해양연구소 지진예보·화산 쓰나미 연구부문 교수(공인 NPO 법인 후지산 관측소를 활용하는 모임 이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후지산 주변에서 지진활동이 활발해진 것 같다. 가까운 장래 분화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2022년 일어날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일본 활화산 111개 가운데 후지산을 포함한 50개가 감시대상이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고문서에서 후지산 분화를 확인할 수 있는 건 781년부터이며, 지금까지 17회 분화 현상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864년 조간(貞觀) 분화 △1707년 호에이(宝永) 분화이며, 이후 300년간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나가오 교수가 주목하는 건 '큰 지진과 후지산 분화 상관관계'다. 현재 둘 사이 관련이 있다는 게 주류적 판단이며, 거대 지진이 발생하면 수년 내 주변에서 큰 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2011년) 이후 각지 화산활동이 활발해졌다. 2013년 분화 후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니시노시마(도쿄도 남남동 약 1000㎞ 위치)가 대표 사례다. 

실제 역사 속 후지산 분화는 거대 지진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864년 분화 후 △869년 동북 △878년 관동 △887년 서일본 등에서 지진이 이어졌다. 또 1707년 대분화 당시에는 49일 전 난카이 해곡 주변에서 '전 일본이 흔들렸다'는 호에이 지진과 함께 직전인 1703년에도 겐로쿠(元禄) 지진이 발생했다. 

나가오 교수는 이런 역사를 예로 들면서 "정부는 30년 이내 70~80% 확률로 난카이 해곡에서 거대 지진이 일어난다고 분석하고 있다"라며 "이와 연동해 후지산 분화 가능성이 크다"라고 바라봤다. 

물론 후지산은 근래에도 두 차례의 분화 위기가 있었다. 2000년 홋카이도 우수잔과 도쿄도 남쪽 이즈제도 미야케섬이 분화하자 후지산 역시 화산성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한 것이다. 당시 후지산은 6개월 정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지만, 다행히 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하나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에서 진도 6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였다. 후지산 부근에서 발생한 직하지진이기 때문이었다. 

나가오 교수는 이를 근거로 "후지산은 300년간 분화하지 않아 많은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라며 "가까운 장래 분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 100명 중 100명이 동의한다"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분화는 어느 날 갑자기 '펑'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후지산 분화와 난카이 해곡' 저자 가마타 명예교수(교토대)는 분화 수 주 전부터 1개월 사이 반드시 전조가 있다는 입장이다.

처음 일어나는 징조는 '저주파 지진'이라 불리는 작은 지진이다. 

후지산에는 산정 20㎞ 지하에 '마그마 덩어리'가 저장된 장소가 있다. 마그마가 활동을 시작하면 상층부, 지하 15㎞ 부근에서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그리고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사람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고주파 지진으로 바뀐다. 이어 진원지가 얕아지고, 마침내 '화산성 미동'이라고 흔들림이 발생한다. 화구 수백 미터 깊이에서 마그마가 지표로 나오기 직전 상태다. 

가마타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4일 후 일어난 직하지진은 마그마 덩어리 바로 위에서 일어난 고주파 지진이다. 후지산 분화는 이미 스탠바이 상태다. 난카이 해곡 지진이 발생해 크게 흔들리면 분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가마타 교수가 상정하고 있는 '피해 시뮬레이션 요약'이다. 

분화에 따른 피해는 먼저 화산석을 꼽을 수 있다. 수 센티에서 수십 미터가 넘는 것도 있는 화산석은 온도가 400~500도에 달하고, 튀는 속도가 총알처럼 빨라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다. 직경 1m 넘는 화산석은 화구 2㎞ 범위에, 이보다 작은 건 4㎞ 전후에서 낙하한다. 풍향에 따라 10㎞ 이상 날아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용암과 '융설형화산이류(融雪型火山泥流)'는 일본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 허리를 동강낼 것이다. 

만일 후지산이 동남방 시즈오카 쪽에서 분화할 경우 용암류는 도쿄~나고야 고속도로에 2시간 내외, 도쿄~오사카 신칸센 미시마(三島) 역까진 5시간 정도면 도달한다. 이때 정상에 쌓인 빙하와 만년설 녹은 물, 화산분출물이 뒤섞인 화산이류가 다량 생성되면서 12~20분 후 고속도로와 신칸센 선로를 먼저 덮친다. 

후지산 분화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게 그동안 피해 상정과 대책 사각지대에 있던 '화산재 습격'이다. 

내각부 중앙방재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분화한 화산재는 후지산과 인접한 현 외에 편서풍을 타고 도쿄도와 지바현, 이바라키현 등 수도권에 도달한다. 

화산재가 덮치는 지역은 정전·단수·통신장애·하수관 막힘 등으로 일상생활이 위협받다. 특히 일반 '재(灰)'와는 전혀 다른 미세한 돌이나 유리 성분인 만큼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지역별로 화산재가 쌓이는 양은 △도쿄도 신주쿠 10㎝ △미타카시 16㎝ △요코하마시 2㎝ △나리타시 3㎝ 등으로 예측하고 있다. 

화산재가 지면에 5㎜ 정도 쌓이면 천식 및 기관지염 환자는 호흡이 곤란하고, 2㎝일 경우 건강한 사람 기관지나 폐에도 손상을 준다. 눈에 들어가면 시력이 저하되며, 2차 감염도 초래한다. 

이와 더불어 한순간에 교통망도 마비된다. 화산재가 1㎝ 쌓이면 운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엔진 필터가 막혀 차가 멈춘다. 철도는 미량 화산재만으로 바퀴와 레일에 '전통(通電) 불량'이 발생해 운행이 중단되며, 항공기와 선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PC 및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 역시 오작동과 고장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가마타 교수는 "지진은 곧바로 복구 활동에 들어갈 수 있지만, 후지산 분화에 의한 화산재는 몇 주간 쏟아져 내릴 것이다. 설령 멈춘다 해도 쌓인 화산재가 수개월 동안 계속 바람에 날린다. 한동안 수도 기능이 마비될 것에 대비해 간사이 및 규슈지역에 기능을 이전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후지산 분화로 인한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04년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경제적 피해는 2조5000억엔(약 26조원)이다. 다만 해당 수치에는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폐쇄, 신칸센과 고속도로 불통에 따른 피해 금액을 포함하지 않았다. 지진과 달리 분화는 지속 기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가오 교수는 후지산 분화에 대해 IT 시대 처음 경험하는 미증유 재해로 우려했다. 

그는 "장기간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100조~200조엔(약 208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피해 규모가 난카이 해곡 대지진으로 예상되는 220조엔과 맞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기시다 정부가 각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예산이 약 107조6000억엔이다. 

한편 후지산(표고 3776m)은 행정구역상 중부지방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에 속한 일본 최고봉이다. 도쿄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100㎞ 거리하고 있으며, 1936년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1952년 특별명승 △2011년 사적 등록 △2013년 후지산과 관련 문화재 '후지산-신앙의 대상과 예술의 원천'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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