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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형의 직업병 이야기] 반도체 근로자의 직업병

 

정일형 공인노무사 | press@newsprime.co.kr | 2021.12.24 18:04:54
[프라임경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스마트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은 반도체, 이처럼 반도체는 우리 사회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절대 간과해선 안 될 반도체 산업 근로자의 암 등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반도체는 크게 8개의 다양하고 복잡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이 중 반도체 작업 근로자의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발암성 화학물질과 방사선이 지목되고 있다. 

화학물질의 경우 이온주입장비의 유지보수 작업에서 비소, 아르신 등에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으며, 포토공정에서는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몰드공정에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정 중 고열을 가하는 작업이 있어 이러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방사선의 경우 이온주입공정 등 일부 공정에서 방사선 발생장치가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이온주입장비에서 전리 방사선 표면 선량률이 미국 에너지부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도체 공장은 인체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음에도 막상 근로자에게 암이 발생하면 산재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 중 하나의 사례를 예로 들면 반도체 공장에서 약 6년 2개월을 근무하고 퇴사 후 뇌종양을 진단 받은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에 따른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그 이후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거듭한 끝에 대법원에서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납 △비전리방사선 등 여러 가지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에 비춰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약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비로소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반도체 공장에 근무하다 각종 암이 발병한 근로자들은 쉽사리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원을 거쳐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왜 유독 반도체 산업의 직업병은 쉽게 인정받지 못하고 수년의 시간이 걸려서야 간신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반도체 산업 고유의 특성과 연결된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의 복잡성 △생산기술의 빠른 변화 △높은 생산효율이 요구되는 점 △기술상 비밀 △특수한 작업환경 등이 바로 그 이유인데, 이러한 점들 때문에 질병이 발병해 산재를 신청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근로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반도체 근로자의 직업성 암 문제가 이어지면서 산재 절차의 지나친 장기화 및 신청인의 입증 책임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에게 백혈병, 유방암 등 직업성 암이 발병한 경우에 대한 업무상 질병 판정 절차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에게 8개 상병(백혈병, 다발성경화증, 재생불량성빈혈, 난소암, 뇌종양, 악성림프종, 유방암, 폐암)이 발병한 경우 산재 결정 및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이미 업무관련성이 확정된 동일·유사한 직종에서 근무한 이력이 확인되면 업무관련성 전문조사(개별역학조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판정위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산재 유가족의 기나긴 외로운 싸움과 사회적 목소리 덕분에 반도체 근로자의 직업병 문제는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데 암이 발생했다면 한번쯤 의심해보고 산재의 문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정일형 공인노무사 / 노무법인 산재 경기 안산지점 대표노무사 / 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자문노무사 / 광산진폐권익연대 강릉지회 자문노무사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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