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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겨울 진미 오뎅, 일본인 '최애' 아이템은 무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12.13 14:24:29
[프라임경제] 일본인은 오뎅을 좋아한다. 어묵 전문업체 '기분(紀文)' 식품이 발행한 2021년 '냄비(전골) 요리 백서'에 따르면 일본인이 즐기는 냄비 요리 1위로 오뎅을 꼽았다. 

오뎅은 백서가 처음 나온 이후(1997) 24년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기관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본 냄비 요리 '대표격'으로 여기는 스키야키나 샤브샤브도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오뎅은 한국 김치찌개만큼 일본 식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리다. 날씨가 추워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양상이다. 

한국에서는 오뎅을 어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뎅은 본디 오뎅 국물(다시)에 각종 재료를 넣어 끓이는 일본 전통요리다. 

사용 재료는 △생선살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가공한 어묵류 △달걀·소·돼지 특정 부위·소시지 등 육류 △무·곤약·우엉 말이·두부 가공품·감자 등 식물성 계열이 대표적이다. 맛과 식감이 다른 이들 재료는 국물 속에서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독립된 요리로 변신한다. 취향에 따라 생선류나 동식물성 계열을 택할 수 있어 어묵 종류를 놓고 고민하는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흥미로운 건 일본 오뎅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무'라는 점이다. 위 백서에서도 10년째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오뎅 재료로 무가 뽑혔다. 무를 국물용 재료로 한정하는 우리와 다르게 오뎅용 국물에 넣어 조리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국물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쓰오부시(가다랭이포)와 다시마를 고아 낸 다시에 간장이 들어간다. 도쿄 등 동일본 지역은 진한 색(고이쿠치)이 주류인 반면 교토·오사카 등 서일본은 연한 색(우스쿠치)이 대세다. 물론 국물 색깔과 염분 농도는 크게 관계가 없다. 

위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규스지 △곤약 △토란 △지쿠와 △한펜 △달걀 △무. ⓒ 위키피디아재팬


오뎅은 무로마치 시대(1336~1573년) 곤약·가지 등을 삶은 후 양념 된장을 묻히거나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구워 먹는 '덴가쿠(田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덴가쿠가 궁중 여성 언어로 표현된 것이 '오뎅(お田)'이다. 에도시대(1603~1868년) 들어서면서 끓이는 스타일은 오뎅, 굽는 건 덴가쿠 또는 미소덴가쿠로 용어 정리가 됐다. 

오뎅 재료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국 공통으로 사용되는 상위 10개 재료와 특징은 다음과 같다(순서는 2021년 냄비 요리 백서 순위). 

△다이콘(大根) : 토막 무. 길고 가는 무를 두툼한 '원형 썰기' 형태로 사용. 
△다마고(玉子) : 찐 달걀. 껍데기를 제거한 후 사용. 반숙으로 나오는 곳도 있음. 
△지쿠와(竹輪) : 죽봉 어묵. 대나무나 두꺼운 철제 꼬치에 대구 등 어육을 입혀 구워낸 어묵.
△곤냐쿠(蒟蒻) : 곤약. 흑백색 긴 육면체가 많지만, 파래 등이 들어간 새알심 모양도 있음. 
△한펜(半片) : 다진 어육에 마나 녹말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쪄낸 식품. 백색이 많음.
△사쓰마아게(薩摩揚げ) : 사쓰마 어묵. 어육을 둥글납작하게 성형해 기름에 튀긴 어묵.
△긴챠쿠(巾着) : 유부 주머니. 유부 주머니에 찹쌀떡을 넣어 박고지로 묶어 사용.
△고보마키(ごぼう巻き) : 우엉 말이. 우엉을 어육으로 싸 기름에 튀긴 어묵.
△아쓰아게(厚揚げ) : 튀김 두부. 두껍게 썬 두부를 기름에 튀긴 식품.
△윈나마키(ウィンナー巻き) : 비엔나소시지 말이. 비엔나소시지에 어육을 감싸 튀긴 식품.

이외 오뎅 재료는 △양배추 말이 △소 힘줄 △실 곤약 △다시마 △당근 △토란 △은행 △죽순 △문어 △고둥류 △토마토 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무를 흔히 '겨울 인삼'이라고 한다. 각종 성인병을 억제하고 소화와 강장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까진 모르지만, 감기 예방 효능은 확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번 겨울 '무 오뎅' 맛을 한 번 경험하길 권한다. 

주변에 오뎅 전문점이 없으면 직접 만들어 보자. 스프가 포함된 어묵을 구해 스프를 녹인 물에 양파와 두툼하게 썬 무를 충분히 넣고 강불→중불로 15분 정도 뭉근하게 끓인다. 이때 된장 약간과 청양고추를 첨가하면 구수하면서 칼칼한 국물이 된다. 

여기에 어묵과 찐 달걀 등 준비된 재료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여 조리를 끝낸다. 그동안 국물을 충분히 흡수한 무는 감칠맛 나는 오뎅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완성된 오뎅은 먹을 만큼 그릇에 옮겨 담고, 식성에 따라 송송 썬 쪽파나 대파를 올려준다. 

오뎅 소스는 약간의 물로 희석한 양조간장에 식초를 몇 방울 첨가하면 상큼한 맛이 연출된다. 겨자와 함께 먹을 때는 간장에 겨자를 풀지 말고 별도 용기에 담아 적당량 묻혀 간장을 찍는 것이 정석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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