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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욱기 칼럼] 선택의 어려움

 

김욱기 한화 컴플위 자문위원 | press@newsprime.co.kr | 2021.11.26 18:11:06
[프라임경제] 현재 8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여인이 임신을 했다. 아이들 중 3명은 청각장애고 2명은 시각장애며 1명은 정신지체였다. 여인은 또 매독에 걸린 상태다. 과연 그녀는 아이를 낳아야 할까.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흔히 선택의 어려움을 말하기 위해 인용되는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들은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간단한 문제도 있고 자신의 이념과 양심에 관련돼 진중한 고민을 요구하는 선택도 있다. 

이렇듯 선택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결정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삶 그 자체가 선택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택을 내리는데 있어서 과단성(果斷性)과 신중함만큼 중요한 덕목은 없을 것이다. 과단성은 우유부단함에 대한 반대 덕목으로서 지나치면 조급증과 섣부른 경박함에 이르게 된다. 또한 신중함은 경솔함에 대한 반대 덕목으로서 지나치면 우유부단함과 구별되지 않고 실기의 우려가 있다. 

문제는 신중함과 과단성은 상호보완적인 덕목이지만 동시에 병행 공존하기 힘든 덕목이라는 점에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선택의 상황과 질에 따라서 두 가지 덕목은 그 비율을 달리 적용돼야 할 것이다. 판단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분석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고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경우라면 신중함이 더 중요한 덕목이어야 할 것이고, 적은 자료를 가지고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신중함보다는 과단성이 더 중요한 비율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위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아직 임신 초기 상태로서 태아와 산모에 대한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고 만약 낙태를 한다고 하더라고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신중하게 여러가지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한 대비를 한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반면, 낙태를 위한 결정의 시간이 촉박하고 정확한 검사를 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면 가능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신중함과 과단성의 천칭을 매 상황마다 맞춰 나가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 두 가지 덕목을 고려하는 것은 선택을 위한 기본일 것이다.

선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주체로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은 어떠한 경우라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시간과 상황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내리는 선택은 신중함도 과단성도 담보될 수 없기에 그러하다. 선택의 주체로서 자료를 분석하고 결단의 시기를 조율하지 못하는 경우에 처하는 순간 당신은 선택의 제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늘 선택의 주체로서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삶을 살아 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다시 앞의 문제로 돌아 가서 본다면 3명은 청각장애, 2명은 시각장애, 1명은 정신지체인 8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매독에 걸린 여인이 임신을 한 경우,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여도 내 판단은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임신한 여인은 베토벤의 어머니고 임신한 아이는 '악성 베토벤'이었다. 나의 선택이었다면 베토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선택의 진정한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게 판단을 해도, 아무리 과단성 있게 결단을 내려도 항상 원하는 결과를 가져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김욱기 한화 컴플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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