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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꼬마 김치의 아버지, 30년 김치 외길" 백창기 한울 대표

묵은지 김치찌개 전문점 '김치도가'…가맹점주와의 '상생' 제일로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11.25 10:10:25
[프라임경제] 모두가 안 된다고 고개 저을 때 작은 아이디어 불씨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도전은 때로 새로운 한 제품으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역사가 된다. 30여 년 전 '꼬마 김치'를 개발, 전국 편의점·마트에 납품해 김치의 새로운 획을 그은 백창기 한울 대표가 그랬다.

백창기 한울 대표. =김수현 기자


◆30여 년 김치 외길…꼬마 포장 김치로 대박

"당시만 해도 김치를 사서 먹는 건 말이 안 되는 시대였습니다. 각자 집에서 담그기 때문에 넘쳐나는 게 김친데, 누가 사서 먹겠냐는 식이었죠. 실제로 김치를 대량으로 생산한 후 작은 용기에 소포장해서 파는데, 당시 목동 아파트 열 채 값을 날려 먹었습니다. 난지도에 저희 김치 많이 가져다 놨죠. (웃음) 다들 '그만하라'며 만류 일색이었는데, 그때 편의점을 발견한 거죠."

한국 최초로 편의점에 작은 포장 김치를 납품, 이제는 작은 포장 김치의 대명사로 굳어진 백창기 한울 대표의 회고다.

충남 서산 출신의 백남춘 회장은 운수사업을 하다 1988년 한울을 창업했다. 장남인 백 대표는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초창기에 곧바로 사업에 합류했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그는 '소포장 김치'를 떠올렸지만 거듭된 실패를 맛봤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편의점을 보게 됐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은 편의점이 태동할 시기였다.

김치 전문 기업 한울은 전국냉장 물류 시스템의 수직 계열화로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종합식품회사다. ⓒ 한울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라면'임을 알고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라면에 김치잖아요. 라면에 먹기 쉽게 작게 해서 일회용으로 팔자는 생각이 떠올랐고, 곧장 '꼬마 김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홍보를 거쳐 거래처를 늘려나갔습니다."

편의점 납품을 시작으로 전개된 꼬마 김치 사업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한울은 백 대표의 사업 수완으로 95년 김치 파동 당시 전국 편의점과 몇 년간 독점 계약권을 맺고, '볶음 김치' 제품을 개발해 제 2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100% 국산 김치 사용, 프리미엄 묵은지 김치찌개 프랜차이즈 '김치도가' 

김치도가는 30년 김치 전문기업인 한울이 만든 묵은지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100% 국산 원료와 6개월 저온 숙성 묵은지, 국내산 냉장육 돼지고기로 깊고 깔끔한 맛을 낸다. ⓒ 한울


그의 열정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 개발로 이어졌다. 하루에도 수많은 김치를 검수하고 맛보는 그는 2018년 프랜차이즈 '김치도가'를 열었다. "시중에 먹을 만한 김치찌개집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업이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우리가 잘하는 걸 더 잘해야 합니다. 한울은 지난 몇십 년간 '김치'만을 보고 달려온 기업이에요. 가진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도 힘써야 진짜 선도하는 업체가 될 수 있습니다."

김치도가의 차별화 전략은 '프리미엄화'다. 

"재료와 맛으로만 승부를 걸었다"는 백 대표는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에서 갈린다고 여긴다. 김치도가에 공급되는 김치는 김치전문기업 '한울'이 공급한다.

백 대표는 "김치는 계절마다 맛이 다르다. 김치도가에 들어가는 김치는 한울에서 자체적으로 시간 조건 상태를 고려해 전통방식으로 숙성된 제대로 된 묵은지"라며 "대형 저온 창고를 통해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중국산 식재료 사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국내산 돼지고기 및 재료를 고집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치찌개 하나에 정성을 다하기 때문에 메뉴도 단출하다. 김치도가에서는 김치를 주력으로 한 메뉴 외 다른 카테고리를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점주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양심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점주들이 인생을 걸고 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본사에서도 맛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상의 김치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재료 공급도 장점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한 달 전 대비 무려 200%가 뛰었다. 재배 면적의 감소와 이상고온 현상으로 배추 무름병이 돌아 밭이 초토화되면서 공급량이 급격히 준 탓이다. 

김치도가에 들어가는 김치는 전문 김치 기업 '한울'이 자체 생산 관리하는 배추들로 배춧값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김치 사업 초창기부터 좋은 재료, 물을 쓰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히 묵은지의 경우 어떤 배추, 어떤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한울은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자체 숙성 창고를 통해 0~5도의 저온 숙성을 유지하고, 암반수로 맛을 내는 데 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울이 이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김치는 소비자가 어떤 재료와 양념을 썼는지 모른 상태로 먹는다. 이 때문에 양심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을 회사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상생 위해 먼저 '패'를 내준다"

한울은 김치전문을 기반으로 한 제품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 판매하고 신제품 개발과 활발한 해외 수출을 전개하고 있다. ⓒ 한울


무엇보다 백창기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소통을 넘어선 가맹점주들과의 실질적인 '상생'이다.

기존 상업 인테리어 시장은 불공정한 관행과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가맹점주와 본사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가맹점주는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공사를 받아 자재 선택, 평당 단가 등 견적 비교 과정 없이 비합리적 공사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백 대표는 고질적인 '인테리어 덤터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테리어 시공을 자율적으로 맡긴다.

가게 컨셉트에 맞는 기본적인 메뉴얼만 제공하고 가맹점주가 업체를 선정·시공하게 한다. 예산을 줄이지 못하면 본사에서 대신 업체를 소개해준다.

기존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점주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한울에서 고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운영하는 전 매장에 재료비를 대폭 할인해 기존 납품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의 고충을 나누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하면 나쁘다 나쁘다 하는데, 프랜차이즈하면서 칭찬 좀 받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본사에 대한 나쁜 인식이 자리 잡기 전에, 역으로 우리가 먼저 패를 다 보여주고 신뢰를 주고 싶었습니다."

ⓒ 한울


앞으로의 계획도 초심과 다르지 않다. 그는 "멀리 가려면 첫째, 맛이 좋아야 하고 둘째, 고객이 와야 하고 셋째, 점주들이 만족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 대표는 HMR(가정간편식)과 배달 시장의 성장에 따라 산업의 영역 확장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울은 '한울 포기김치' '꼬마 김치' 등의 기존 상품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김치도가'와 연계된 △묵은지 김치찜 △묵은지 김치찌개 △묵은지 고등어 조림 등 10여종의 제품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 개발에도 한창이다. "김치가 세계화가 안 되는 이유가 발효 문제 때문"이라며 "김치를 가공해 볶음 김치 등을 캔으로 팔던지, 김치도가와 연계해 김치찌개 등을 밀키트화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 경쟁력 및 해외 진출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있다. 근데 우리는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부분에 힘을 실어서 가자는 생각"이라며 "김치라는 매개체를 갖고 움직이지만, 해외 수요에 맞춰 여러 가지 방향을 고려하는 종합 식품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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