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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부터 실리콘밸리까지…이재용 美 출장 마무리

뉴삼성 씨앗 뿌리고 파운드리 투자 확정…오늘 귀국 예정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1.11.24 11:15:43
[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열흘 간의 미국 출장 끝에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하고 돌아온다. 이번 출장은 전반적으로 삼성의 미래를 다지는 여정이었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도 함께 가져와 이 부회장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4일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삼성전자


이번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장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신규 라인에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등을 꼽았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로 약 30분 소요되는 거리다.

또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특히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뒤 6개월 만에 공장 부지까지 확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뉴삼성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간 이재용 부회장 '반도체·백신 역할론' 화답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여 만에 나왔다"며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상태에서도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회계 의혹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던 이달 18일 재판부가 휴정을 결정하면서 생긴 열흘 남짓한 시간을 이용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것이다.

이달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10박 11일간의 여정동안 약 3만km 거리를 비행기한 것으로 추산된다. 평소 만나지 못 했던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해 바이오·통신·반도체 등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14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해 캐나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한 후 미국으로 이동했다. 

16일(현지시간)에는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백신외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백신 공조·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 

17일 이 부회장은 뉴저지주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나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18~19일에는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삼성과 행정부 및 입법부 역할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일에는 워싱턴주 소재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CEO와 △반도체 △모바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초격자 만으로 부족"…삼성 미래 위해 '분초단위' 강행군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한 것은 21~22일이다. DSA와 SRA는 각각 삼성전자 DS부문과 세트(IM·CE)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이다. 

당시 일정에서 이 부회장이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 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는 강한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 일정으로 22일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를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어진 열흘을 촘촘하게 나눈 이 부회장은 백악관부터 실리콘밸리까지 정·재계를 아우르는 외교를 펼쳤다. 특히 6개월 동안 멈춰 있던 최대 규모 미국 반도체 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결정한 것이 눈에 띄는 성과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다음날 열리는 재판 참석을 위해 이날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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