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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정규직 '숫자 줄이기' 아닌 처우개선 우선해야

입찰 시 단가 경쟁 보다 운영 평가 집중해야…비정규직 '질 낮은' 일자리 인식 개선 필요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11.11 17:56:59
[프라임경제] 통상 임금근로자는 경력이 쌓이면 인상된 보수를 보장받지만 정규직이 아닌 근로자는 논외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웃소싱 업계에서 일하는 파견 근로자 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5년,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맴도는 임금 수준에 허망한 심정을 토로한다.

이런 사정에 아웃소싱 기업은 임금과 처우 문제로 직원들로부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기업이 직원에 대한 평가수단으로 인센티브를 할당하기 위해 갑사 즉, 사용기업에게 근로자의 기본급 명목으로 받은 돈을 '가로채' 나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로 몸살을 겪은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노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을 밑도는 근로자 임금을 개선하라는 문제였다.

문제를 알면서도 파견 근로자의 임금 개선이 어려운 본질적인 원인은 입찰 경쟁을 해야 하는 아웃소싱 업계의 구조에 있다.

사용기업이 외주를 위해 입찰 공고를 올리면 많은 아웃소싱 기업들은 이에 투찰해 경쟁을 벌이는데 여기에는 곧 기업의 생존이 걸려 있다.

통상 입찰 기업들은 운영 기술과 가격의 기준으로 평가되는데, 기업들은 예산 활용방안을 뜻하는 가격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앞다퉈 예산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입찰 시 경비·청소 용역은 초저가 입찰이 대부분이고 협상에 의한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가격 비중이 높아 아웃소싱 업체들은 가격을 높게 쓸 수 없다. 

근로자 급여 테이블을 높게 쓸 수 없는 이유다. 이에 근로자들이 경력에 따른 합당한 보수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러 지적이 있다고 해서 아웃소싱업계와 기업의 업무 외주화를 일제히 '질 낮은' 일자리로 인식해서는 안될뿐 아니라 하루 아침에 근간을 뒤바꿔야만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 파견 근로자의 업무 환경이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적절했는지 되짚고 필요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정부는 공공부문에서 파견 근로자를 포함한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성과는 확실했다. 이로인해 공공부문에서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현 정권들어 19만9538명이라는 역대급 비정규직 감소를 이뤘다. 

하지만 이로인해 공공부문 근로자가 비대해지고,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에서 일어나는 비리 등 각종 부작용 문제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해결책은 부재했다.

또 아직 문 정부의 임기 말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을 이루지 못해 여전히 노조와 공방을 벌이는 공공기관들도 남아 있어 형평성 저하 문제도 거론된다.

향후 공공 부문에서 입찰 가격을 높게 제시하고 가격보다 운영의 전문성 위주의 평가를 주력하는 등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규직화 바람은 거세질 우려가 있다.

올해 기업들의 비정규직 수를 보면 지난해 보다 64만명이 늘어난 806만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10명중 4명에 해당한다. 

이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허상이자 비정규직을 '질 낮은' 일자리로 낙인찍을 뿐이다.

외국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처우가 훨씬 낫다. 정규직과 임금 격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직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 모두의 노력으로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하는 파견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차별 개선과 임금 지급, 개별적으로 합당한 대우가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확실하게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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