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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의 시크릿 ESG]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김주헌 GGGI 필리핀사무소장 | press@newsprime.co.kr | 2021.10.03 14:04:16

[프라임경제] "실패한 사회에서 기업은 성공 할 수 없다(Businesses cannot succeed in societies that fail)." - 폴 폴만(Paul Polman), 前 유니레버(Unilever) CEO

경영의 관점에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환경(E)'이라고 대답한다. 기업은 실패한 사회에서 성공 할 수 없는데, 생태계로서의 지구(Planet Earth)가 파괴된다면 사회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환경(E)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적인 고려도(S),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G)도 이런 관점에서는 2차적인 문제다.

지난 4월8일, 하와이 빅아일랜드 마우나 로아(Mauna Loa)에 위치한 美 해양대기청(NOAA) 관측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19ppm으로 보고했다. 이는 지난 400만년 중 최고수치다.

과학자들은 기후가 따뜻해 질수록 생태계 자체에서 대기에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점점 증가하는 경향으로 인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지구생태계가 자기 증폭적으로 온도를 증가시켜 상승을 멈출 수 없는 '임계점(tipping point)'이 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기준은 산업혁명 이전대비 기온 상승 1.5도, 이산화탄소 농도 450ppm이다.

지난 9월17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오는 10월31일부터 11월12일까지 개최 예정인 제26차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관한 종합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현재까지 164개국이 제출한 NDC를 종합하면 (2021년 7월30일 기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대비 2030년에 오히려 16% 증가하게 된다. 지난 8월 IPCC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2도)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온실가스를 45% (25%) 감축해야 한다는 권고안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다시 말해, 현재 NDC 기준으로는 금세기말 지구 온도가 2.7도 더 상승하게 된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평년 기온이 섭씨 20도대인 캐나다 밴쿠버의 기온이 40도, 그리스 아테네 기온은 55도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ESG 경영과 투자가 기업 전략의 전면으로 부상된 점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업 활동의 변화는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기업의 혁신을 통해 NDC의 예측을 뛰어 넘을 정도의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ESG 투자의 범주가 불명확하다. 그 이유는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30조 달러), 모닝스타(2조2500만 달러),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NN, 7150억 달러) 등 서로 다른 ESG 투자 규모 수치를 제시했는데, 이는 ESG 투자에 관한 공통의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ESG 투자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다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숙고해야 한다.

둘째, 투자의 진정성 문제다. 세계 최대 규모 투자펀드 블랙록(Blackrock)의 탄소펀드 ETF가 실제 기후위기 대응과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보기술(28%), 헬스케어(13%), 및 애플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더해 정유기업인 엑손모빌(Exxon Mobil Corp.), 쉐브론(Chevron Corp.)과 가솔린 펌프를 생산하는 도버(Dover Corp.)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ESG 브랜드를 가진 펀드 중 71%가 기후위기 대응과 실질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의 ESG 펀드는 어떤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을까. 그 중, 회사의 목적자체를 탄소중립(NetZero)으로 내세우고, 사회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려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결론적으로 현재 상태에서는 ESG 투자와 실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소위 ESG 투자라는 것의 집행 자체를 임팩트 실현과 시기적으로도 동일시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 ESG 투자가 아무리 큰 규모로 집행이 된 들, ESG투자가 일반투자 보다 실적이 더 좋았다는 넘치는 기사들도, 임팩트의 관점에서는 별 의미없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첫째, ESG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중에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기업, 예를 들어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기업이나, 그런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ESG 투자 상품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소위 기후투자라는 것도 어떠한 방식으로 임팩트를 측정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ESG 펀드 운용의 성공은 단순히 실적으로 측정되는지, 아니면 환경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지표도 같이 측정되는지. 이런 질문에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거품이 걷어져, 진정한 의미의 ESG 투자, 무늬만 ESG 투자, 혹은 실적 위주의 일반 투자를 다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사실 주식·채권·펀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기업 실적(earnings)에는 환경적·사회적 외부효과(externality)는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이 궁극적으로 야기할 경제적 비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어디에도 산정되지 않는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이사장인 파반 수크테브(Pavan Sukhdev)는 최근 야후 파이낸스 (Yahoo Finance)와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탄소세 부과"라고 했다.

우리는 상품이나 소유물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정작 이산화탄소 배출 같은 해로운 행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1톤에 국내 탄소시장의 톤당 가격 혹은 국제 평균 탄소 가격을 매겨 재무제표에 지출로 반영한다면 어떨까? 산림벌채, 플라스틱 사용, 토양황폐화 등에 일정한 가격을 매겨 지출로 치환 할 수 있을까? 

기업의 활동으로 환경에 미친 영향이 화폐가치로 측정된다면, 우리는 실적 발표날 예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시가 총액도, 투자의 지향점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글로벌보고이니셔티브(GRI), 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 자율공시를 하는 것이 추세이긴 하다.

한 발 더 나아간 ESG 화폐화 측정 관련해서도, 관련 주제의 글로벌 표준 개발을 위해 독일에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연합체인 밸류밸런싱얼라이언스(VBA)가 조직됐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임팩트 측정기업 지스트(GIST)는 이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ESG 화폐화 측정을 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아직도 불특정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근거로, 예를들어 탄소중립 목표가 너무 과하다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아직 존재하는 것 같다.

생태계로서의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간 이례적으로 상승하고, 산불·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급등하고, 산림과 생물다양성이 침해되고, 급기야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는 이 상황. 

과학자들이 경고한 임계점이 가까워지는데, 정말 특정 산업, 특정 기업 몇 개의 경쟁력을 근거로, 철 지난 시대의 환경-경제 대립의 주장을 해야하는 것일까.

탄소중립 목표와 이와 관련된 실행정책이 비즈니스 플랫폼 자체의 거대한 전환을 견인하고도 남을 만큼 공격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특정 기업 입장을 듣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지구상에서 기업이라는 집단을 존속시키기 위해서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에서는 어느 사회든 실패할 수 밖에 없고, 기업은 실패한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칼럼은 어떤 기관의 견해도 대변하지 않습니다.

김주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필리핀사무소장, 前 유엔환경계획 녹색경제이니셔티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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