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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세계 '노브랜드' 사업 확장 꽃길 걸을 수 있을까

 

윤수현 기자 | ysh@newsprime.co.kr | 2021.09.30 10:39:43
[프라임경제]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세계푸드의 3·4분기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가 외식 시장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르면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2019년 8월 가성비 콘셉트로 내놓은 '노브랜드 버거'는 오픈한 뒤 매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가맹사업 시작 이후 2년만에 노브랜드 버거는 153호점까지 오픈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노브랜드 피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 외식사업에 이어 "노브랜드 아파트, 호텔, 식당 등 무한한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브랜드 버거가 지금은 인기가 많지만 버거 업계에서 점유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며 "트렌드가 자주 바뀌는 외식업계는 반짝 인기가 많은데 아직까지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자까지 나선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의 시선은 정용진 부회장의 몇 차례 실패에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신세계푸드는 이미 버거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신세계푸드는 2011년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자니로켓을 들여왔다. 2016년 '프리미엄 버거'를 앞세워 가맹사업을 시작한 자니로켓은 2년 만에 30개 이상의 점포를 확대했지만, 시장 경쟁에 밀려 현재는 17개의 매장만이 남았다.

이어 2018년 신세계푸드가 1년에 걸쳐 자체 제작한 버거 브랜드 '버거플랜트'도 역시 실패했다. 버거플랜트의 초기 계획은 2년 내로 100개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가맹점을 내지 못하고 노브랜드 버거로 리뉴얼 됐다.

버거사업 외에도 신사업인 △음료사업 '스무디킹' △헬스앤뷰티 브랜드인 '부츠' △잡화점 '삐에로쇼핑' △소주 사업 '푸른밤 소주' △가정 간편식 매장인 'PK피코크' 등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 속에 '삐에로쇼핑'과 '부츠' 'PK피코크' 등은 모두 사업을 시작한지 3년도 안돼 순차적으로 영업이 종료됐다.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도 영업손실액이 5년 만에 1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90%가 넘으면서 지난 3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마트24, SSG닷컴(쓱닷컴)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들도 실상 영업이익은 좋지 않다.

우선 이마트24의 경우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293억원, 33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SSG닷컴도 마찬가지다. SSG닷컴은 1분기에 31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올 2분기 영업손실이 265억원으로 손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2분기(137억원)보다 약 두 배의 손실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신사업의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작들로 인해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브랜드의 흥행 속도는 빠르지만 대형 버거 시장들이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버거 시장 굳히기'보다는 신사업에 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재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로 승부를 보면서 아직까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가성비 트렌드가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노브랜드 버거보다 앞서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던 수많은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비판을 받으며 사라진 바 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인 노브랜드가 정체성을 유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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