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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자민당 총재선거, 고노를 응원하는 이유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9.17 16:38:47
[프라임경제] 오는 29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는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수상)를 결정하는 선거다. 

자민당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원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총재는 곧바로 총리에 지명된다. 지명을 받은 총리는 각료를 임명하고, 당 조직 정비 후 중의원 총선을 지휘한다. 그리고 2개월 이내 치러질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 연장 여부가 판가름 난다. 

다만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지지율 합계가 10%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 자민당 정권이 이어질 것이다. 

현재 총재 후보로 나선 사람은 고노 타로(河野太郎 58세) 행정개혁대신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세) 전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여 60세) 전 총무대신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여 61세) 간사장대행 총 4명이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노'와 의원 조직력에서 앞서는 '기시다'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여성 후보 두 명이 멀찍이 떨어져 쫓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64세) 전 간사장은 고노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의원표와 당원표를 합산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자민당 중·참의원 383명과 동수 당원표를 합한 총 766표로, 1차 투표를 진행한다. 당원표는 약 115만명 당원이 투표한 표를 '돈트(D′Hondt) 방식'으로 배분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르는데 이때 의원 383표에 도도후켄 47표를 더한 430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즉 결선투표는 의원표가 절대적으로 파벌 보스 의향이 판세를 가르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끝내려는 '고노'와 결선투표에서 의원 조직표로 승부를 보려는 '기시다' 기세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다. 

사실 선거 공고를 하루 앞둔 16일 오전까지 흐름은 고노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오후 5시30분경 노다가 돌연 출마를 선언하며 혼전 양상으로 바꿨다. 무파벌인 노다가 등록에 필요한 추천의원 20명을 막판에 확보하고 가세한 것이다. 

후보 숫자가 늘어나면 표가 분산되면서 누구라도 1차 투표에서 과반 확보가 쉽지 않다. 산케이 신문은 "노다가 후보를 내지 않은 니카이파와 다케시타파는 물론, 기시다파로부터도 지원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자민당에는 현재 7개 파벌이 존재한다. 우선 아베 전 총리가 지배하는 1강 호소다파(93명)를 포함해 50명 내외 4중 △아소파 △다케시타파 △니카이파 △기시다파, 20명 미만 2약 △이시바파 △이시하라파로 구분할 수 있다. 

해당 세력은 결선투표에 들어가면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2012년 총재선거에서 아베가 1차 투표에서 이시바에게 크게 지다가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기시다는 자파인 기시다파의 전면 지원과 더불어 호소다파 및 아소파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고노는 자신이 속한 아소파로부터 반쪽 지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계파 수장' 아소 부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일심동체로 세대교체를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심하고 말 잘 듣는 '우등생 타입' 기시다를 내세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아베 정권 비리를 덮고, 정치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그나마 현재 고노 곁에는 국민에게 인기가 있는 '이시바'와 젊지만 노련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40)' 환경대신이 포진했다. 이시바는 당원표 확장에 도움을 주고, 고이즈미는 파벌을 초월해 자민당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의원을 포섭하고 있다.

여기에 무파벌 그룹(63명)에 영향력이 있는 스가 총리까지 가세했다. 스가는 자신 연임을 공언하던 아베가 결정적 순간에 등을 돌린 데 대해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내각에서 요직을 맡은 일부 아베 심복들이 기시다 진영을 지원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고노 못지않게 총재선거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노·고이즈미·스가 모두 가나가와현에 지역 기반을 두고, 각별하게 소통하는 사이다. 

이웃 나라 선거에 '감 놔라 배 놔라'할 일은 아니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나라와 민감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숙명적 이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베 아바타'에 불과한 기시다보단 고집 있고 스마트한 고노가 우리에겐 차선이 될 수 있다. 

물론 2019년 외무대신 시절,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로 한국대사에게 호통 치던 모습을 기억한다. 이런 고노 갑질은 일본 관료들 사이에도 소문이 났다.

다만 한편으로는 합리성 있는 정책이나 의견은 끝까지 경청한다는 일면도 있다. 기본적으로 주변국에 대해 아베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친한파인 동시에 '아베 천적' 이시바나 친중·친한을 표방하는 니카이 간사장을 주변에 두고 연대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무엇보다 고노는 '고노담화'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지난 1993년 일본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고노담화는 일본이 처음 위안부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노가 총리에 취임할 때 얼어붙은 한일관계에도 온기가 스밀 공간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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