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끊임없는 전자발찌 논란, 계속되는 졸속 대책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1.09.02 15:02:09
[프라임경제] "저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날 깨닫고 느끼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강도 강간, 강도 상해 혐의로 수감 중이던 강 모씨가 2017년 직접 작성한 교정홍보물 내 기고문이다. 자진해서 기고문을 작성했던 강 씨는 지난 5월 출소했고, 최근 스스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2명의 여성을 끔찍하게 살해했다.

전자발찌 훼손 전과 후로 여성을 살해한 강 씨는 금전적 이유로 도주에 차질이 생기자 지난 8월29일 경찰에 자수하며 긴급 체포됐다. 그리고 이틀 뒤인 31일 강 씨는 구속영장 심사 방문 후 취재진에게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라며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강 씨의 소름 돋는 위선적 행태를 비판하기도 모자란데, 정작 국민들의 손가락질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과 법무부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두 기관이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자수하기까지 38시간 동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찰은 첫 번째 피해자 시신이 있던 강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강 씨의 범죄 이력조차 알지 못했고, 영장 발부조차 신청하지 않아 다섯 번의 방문 모두 주거지 수색 없이 돌아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무부와 경찰의 업무협조가 일원화되지 못한 비효율적인 구조와 현실 탓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번 사건이 법적, 제도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참사여서다.

자신들을 향한 분위기를 파악한 법무부는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놨다. 크게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 마련 △경찰과 공조 체계 개선 △재범 위험도에 따른 지도 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관련 인력 확충 등이 골자다. 

문제는 이렇게 법무부가 내놓은 개선 방안은 여전히 현실성 없는 기존 대책의 재탕이자 졸속한 예방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 마련은 전자발찌 도입 초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또 초기 우레탄 소재의 전자발찌를 금속 재질인 스프링 강을 삽입한 신형 모델로 보급하는 등 이미 6차례에 걸쳐 개선됐다. 

그럼에도 강 씨는 전자발찌를 끊기 위해 공업용 그라인더를 사용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끊을 수 있다는 것을 강 씨가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7월까지 11명의 훼손자가 발생했고,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력 확충 등에 관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간 인력 부족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별로 개선된 게 없다. 오히려 높은 업무강도를 호소하는 인력들만 늘어날 뿐이다. 이유는 전담 직원 1명당 관리해야하는 인원이 2018년 19.3명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는 17.3명에 이를 정도로 관리수준이 상당히 열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대폭으로 인력 확충을 추진해야하는 상황이지만, 급증하는 전자감독 대상자 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마지막으로 경찰과의 공조 수사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발표된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매번 말뿐인 허울에 불과한 대안이었다는 것을 본인들 스스로 증명한 것과 다름없다.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치는 격이다.

전과 14범의 '집중대상자'였다. 그런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범죄를 저지르려고 해도 영장 발부가 없어 주거지 수색도 못하는 불편한 현실을 우리는 마주했다. 경찰과 법무부의 안일한 대처로 무고한 피해자만 생겨났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경찰과 법무부는 자신들의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개선 방안보다는 실질적으로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니, 반드시 마련해야만 한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집중대상자 및 중범죄자에게는 경찰의 선조치가 선행될 수 있는 사후 영장 발급처럼 말이다. 또 엄격한 잣대와 죄질의 무게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는 법의 개선과 상황발생에 따른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숙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근본적인 문제 개선 없이 기존의 방안을 강화하는 척하는 방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