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 사업에 진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분야의 성장성이 확인된 만큼 의약품 위탁생산은 물론 신약 개발까지 시야에 넣고 바이오 사업의 외연을 확장 중이다.
GS그룹은 최근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 인수합병(M&A) 딜에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GS그룹은 지난 25일 보툴리눔톡신제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 휴젤(145020)을 인수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에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750억원)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지분 구조상으론 이번 딜 자체가 GS(078930)의 바이오사업 진출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바이오 분야 투자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휴젤을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휴젤 인수전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그룹, 신세계그룹, SK그룹, LG그룹에서도 휴젤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지난 24일 '3년(2021~2023년)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분야에 약 20조원을 쏟아붓겠단 목표를 설정했다.
삼성은 특히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낙점했다. 현재 송도에 4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향후 5공장과 6공장도 추가로 건설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제약·바이오 분야는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철수했던 CJ제일제당(097950)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311690)을 인수한 뒤 다시 '신약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18년 그룹 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담당하던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한 CJ제일제당이 약 3년 만에 바이오 사업에 다시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미생물 관련 기술에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역량을 접목,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가진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화학(051910)은 지난달 신약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화학은 2003년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펙티브'를 출시했지만, 이후 바이오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LG화학은 미국 보스톤 연구법인을 설립하고 통풍치료제 미국 임상3상에 들어갈 예정이라, 세계 시장을 겨낭한 신약 개발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4일 '3년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분야에 약 20조원을 쏟아붓겠단 목표를 설정했다. © 연합뉴스
SK(034730)는 지난 3월 SK팜테코를 통해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이스포케시를 인수했다. 이 분야는 높은 기술과 고숙련의 인력이 필요해 M&A를 통해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SK는 지난 2017년 BMS사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을 차례로 인수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며 글로벌 CMO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SK팜테코는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글로벌 확장 전인 2016년 대비 약 7배 성장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004990)는 이달 초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사업기회 모색에 본격 나섰다.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던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84년 LG를 시작으로 SK, CJ 등이 바이오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바이오사업 특성상 장기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필요한 탓에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화그룹은 2009년 야심차게 바이오에 진출했지만 2014년 드림파마를 매각하며 바이오 사업에서 손 뗐다.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30년 넘게 제약사업을 영위한 CJ그룹은 2018년 한국콜마(161890)에 CJ헬스케어를 매각했다.
롯데그룹 역시 제약 산업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시 도전장을 내는 사례다. 롯데그룹은 앞서 2002년 롯데제약을 설립하고 종합 제약사업을 시작했지만 2011년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태평양제약은 2013년 한독(002390)에 팔렸다.
최근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은 범용성이란 분석이 나온다. 활용 범위가 넓어서 신약개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성이 예측되는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는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신약 개발만을 위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기 보단 모든 산업군에서 헬스케어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기업 M&A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