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지난 4월 트레비스 스캇은 자신의 새 싱글 'THE SCOTTS' 발매 기념 공연을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으로 손꼽히는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진행했다. 트레비스 스콧은 1회에 10분씩, 총 5회의 공연을 진행했고 해당 공연은 2770만명의 관객이 관람, 2000만달러(한화 2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유통업계가 가상 플랫폼 메타버스(metaverse)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이들이 많이 찾는 편의점부터 홈쇼핑까지 빠른 속도로 메타버스 매장과 함께 쇼호스트를 대신하는 가상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처음엔 게임 속 세상으로 치부됐지만,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이 서로 소통하고 소비하며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동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강서 치맥" 가상현실 CU제페토한강점 오픈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점포 레이아웃 등 현실성을 높힌 편의점 'CU제페토한강점'을 지난 11일 오픈했다. 실제 한강 반포대교 옆에 CU는 입점해있지 않지만, 가상현실에서는 CU점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매장엔 삼각김밥과 핫바, 스택 등이 진열됐고 한강공원 편의점의 꽃인 즉석 조리라면 기기가 설치됐다. 루프탑에는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즉석 원두커피 머신과 의자도 마련했다. CU는 제페토 내 인기 맵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현실 편의점 'CU 제페토한강점'. © BGF리테일
GS리테일(007070)도 11월 메타버스 원조 싸이월드에 쇼핑 채널을 단독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7월 GS리테일은 싸이월드제트와 온·오프라인과 메타버스 시너지 창출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연결 △컬래버레이션 상품 개발 및 기획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등을 골자로 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인사 이동을 통해 디지털 사업 부문 내 메타버스 특화 신기술, 서비스 도입을 맡은 전담팀을 구성했다.
올해 안에 모바일TV와 연계해 고객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방송 스튜디오, 분장실 등 홈쇼핑 가상 체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CJ온스타일은 쇼호스트대신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더엣지(The AtG)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기존에 쇼호스트가 상품을 설명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방식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을 통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했다.
'루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7명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인간의 모습에 가깝게 만든 가상 인물이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2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기존 상품 호스트가 상품 설명을 하며 제품을 선보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의 인물을 통해 패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명품·호텔업계도 메타버스…다양한 마케팅 활동 가능
30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메타버스 플랫폼 어반베이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홈퍼니싱&인테리어, 커머스 등이 포함된 온오프라인 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반베이스는 VR, AR, 3D 등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을 만들고 서비스화하는 공간데이터 플랫폼이다.

문석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오른쪽)와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이사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건설부동산 산업 내 홈퍼니싱 & 인테리어, 온오프라인 커머스 등의 핵심사업 분야에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한다. 단순히 각 사가 보유한 역량 및 인프라를 '연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드는 비즈니스 '통합'을 목표로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생태계를 어반베이스와 협력해 만들어 갈 계획이다.
문석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는 "어반베이스가 보유한 3D 자동 모델링,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부동산 개발 연계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업성을 높이 평가했다"라며 "금번 어반베이스 투자를 기반으로 향후 인테리어, 리모델링,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토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에 입점해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구찌는 제페토 안에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를 선보이며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수십, 수백만원을 웃도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가상현실에선 1000~4000원만 지불하면 살 수 있다.
구찌 외에도 제페토에는 크리스찬 루부탱, F&F의 MLB, 나이키 등도 입점해 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달 19일 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캠핑장을 선보였다. © 롯데홈쇼핑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고객과의 접촉이 제한된 현실과 달리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소통을 넘어 상거래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0억달러(약 54조4410억원)에서 2025년엔 2800억달러(331조3800억원)로 6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메타버스 열풍 뒤에는 미래의 소비 잠재력을 갖고 있는 Z세대와 코로나19가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타버스를 교류의 장으로 택하기 시작한 것.
Z세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보여지는 자신을 현실에서처럼 중시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서도 실제의 자신이 아닌 메타버스를 앞세운 계정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패션아이템뿐 아니라 먹고 마시는 모든 현실의 요소가 메타버스 속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서비스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메타버스는 차세대 소통 플랫폼으로서 충분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