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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목 칼럼] 아프카니스탄과 국제질서

모든 상대 동시에 무너뜨리려 한 정책 실패…미국의 적들 상호연합 결과 초래

김영목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8.30 07:51:06
[프라임경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함 거의 전국을 순식간에 장악한 사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20년 넘게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과 재건을 위해 막대한 경비와 인력 희생을 감수했고, 계속 원조 자금을 투입해왔다. 아마도 재정적으로만 해도 미국이 3조달러 이상, 동맹국들이 1조달러 이상을 소진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현금의 사태는 1975년 사이공의 함락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미국 사회가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소모적 해외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초기 전략이 잘못된 요인도 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감행한 것, 그리고 사담과 탈레반 모두와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을 상대로 봉쇄 전략을 추진한 것, 모든 상대들을 동시에 무너뜨리려 한 게 정책상 실패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즉,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은 커녕 모든 대상을 한꺼번에 적으로 삼는 모험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자신의 적들이 오히려 상호 연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시리아,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완전히 철군하겠다고 한 정책은 오바마-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실행됐다. 특히 트럼프는 2018년 가을 탈레반을 백악관에 초청함으로써 동맹국들을 쇼크에 빠트렸고, 2020년 초반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에는 당시 아프간 정부는 참여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2021년 3월까지 완전 철군 목표를 발표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탈레반이 급속히 고무되어 세력을 확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 미국의 출구전략(Exit plan)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 달 탈레반 대표들을 초청해서 탈레반에 대한 지원과 승인을 약속했다. 중동과 서남아에서 미국의 대규모 개입에 부담을 느껴온 러시아, 이란, 중국 그리고 무엇보다 이슬람 과격 세력들에게는 반가운 사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신장의 위구르 주민들의 독립운동과 저항에 부담을 느끼는 중국으로서는 탈레반을 통해 이들 무슬림 저항운동의 완화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 아프간 사태가 중국에게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무장투쟁으로 신장의 독립을 얻겠다고 하는 동 투르크메니스탄 독립운동(ETIM: East Turkmenstan Indepndence Movement)은 중국으로선 가장 곤혹스러운 무장 세력이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이들 무장세력을 지원하면서까지 중국을 정면으로 적대시하는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최소한 상당기간은 그럴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에 협조적인 아프가니스탄 정권이 정식으로 출범 할 경우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중국에 커다란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엄청난 희토류(1조달러 이상 가치의 매장 추정)의 개발은 물론 이란과의 에너지 루트 연결, 파키스탄을 통한 인도양 진출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물론 탈레반 정권이 조만간 국제적인 승인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과격 이슬람 무장 세력들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에게 반드시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기본 규범을 배격한다. 극단적 수니 세력들은 시아파 특히 이란에 극도로 적대적이다. 러시아 내에도 소수 무슬림들의 저항은 잔존한다. 최근 카불 공항에서 자살테러를 자행한 ISIS-K(khorasan)는 탈레반도 배격하는 극단주의 세력이다. 앞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사태의 전개와 수많은 무고한 인명의 희생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는 우선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가져오는 인도적 재난에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아프간인들은 극빈과 전쟁 속에서 살아 왔고 상당수 농부들과 상인들은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의 재배와 가공, 밀매에 종사하여 왔다. 아프간이 정상적인 국가로 개발을 해나간다는 것은 당장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식량과 물, 의약품은 없고 총과 무기들, 그리고 부상자, 난민, 보복과 테러에 대한 공포만  가득한 게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이다.    

전세계적으로 개개인의 권리와 인격의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다원적 민주주의의 증진도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초 현대적 번영과 원시적 삶이 뒤섞여 있는 것이 현재 지구촌의 현실이다. 코로나 백신도 이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한국은 이 사태와 무관할까? 우선 한국의 많은 파트너 국가들이 과격 무장세력들과 중국의 고압적인 정책에 위축되고 있다.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빈곤한 저개발 국가들은 물론,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은 안팎의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향해 미국 너무 믿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고 인식되어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북한은 무슨 계산을 하고 있을까? 한국이 강력한 안보와 동시에 튼튼한 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진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무임승차로 가능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 G&M글로벌문화재단 대표 /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  (전) 외교부 주이란대사 / (전) 외교부 주뉴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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