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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스가 총리, 요코하마선거 벗어나 연임에 성공할까?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8.25 10:09:45
[프라임경제] 지난 22일 요코하마 시장선거에서 스가 총리가 지원한 오코노기(小此木)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무명 야마나카(山中)에게 18만표 이상 격차를 보이며 참패했다. 

자민당 가나가와현 연합회장인 오코노기가 후보 조정에 실패하자 사태 수습을 위해 각료직까지 내던지고 직접 출마했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 패배를 확인한 오코노기는 당일로 정계를 은퇴했다. 

매체들은 야마나카가 코로나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는 스가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후보 중 유일한 코로나 전문가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요코하마가 '수도권 대도시'라곤 해도 시장선거는 중앙정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개 지방선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모든 매체가 이번 선거를 '스가의 패배'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이곳이 스가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키타현 딸기농가 출신' 스가가 요코하마에 둥지를 튼 건 지역 중의원이었던 오코노기 부친 비서가 되면서부터다. 

지난 1991년 오코노기 부친이 세상을 뜨며 지역구가 아들에게 넘어갔고, 그 지역구가 소선거구로 분할되자 둘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그리고 나란히 8선씩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스가로서는 은인 아들이 출마한 선거에 총리를 떠나 인정적 차원에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비서 등 측근을 현지에 파견하는 한편, 자신은 지역 유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을 당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믿기지 않은 정도 대패로 드러났다. 일부 매체는 가을 총선에서 현직 총리가 낙선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스가 정권은 올해 실시된 10개 선거 중 제대로 승리한 적이 없다. 타당과 연합한 두 선거, 가까스로 1당이 된 도쿄도 의회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게다가 총리 안방에서 치러진 선거마저 패하며 구심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

현재 스가 총리는 자신 및 정권 명운이 좌우될 중의원 총선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당 총재 임기가 9월30일이며, 중의원의 경우 10월21일인 만큼 두 선거는 대략 2개월 내 치러진다. 

보통 정권 지지율이 안정적일 땐 해산 총선거로 과반을 확보한 후 연임을 묻는 형식으로 총재선거가 이뤄진다. 다만 지금처럼 지지율이 낮을 땐 자칫 정권을 내줄 위험성이 있다. 이럴 경우 먼저 총재를 뽑은 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상용 수법이다. 

선거일정에 대해 비즈니스 전문매체인 JBpress는 "총재선거 △9월17일 고지 △9월29일 투표, 총선거 △10월5일 공시 △10월17일 투표 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런 일정은 임기만료 총선거 기준이며, 해산 총선거시 변동될 수 있다. 

이번 총재선거에 현 스가(73) 총재가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기시다(64) 전 정조회장 △시모무라(67) 현 정조회장 △다카이치(60, 여) 전 총무대신이 자천타천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니카이 간사장이 떠받히고 있는 스가 연임이 유력하지만,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 향배에 따라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아베는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 실질적 오너이고, 아소는 제2 파벌 '아소파' 수장으로 당내 영향력이 크다. 연전연패한 스가를 내세워서는 선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두 사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지기반이 약한 3선 이하 의원들은 총선을 이끌 얼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아베 그늘에서 수월하게 당선된 젊은 의원들에게 스가 총리는 아군이 아닌 것이다. 

TV아사히 계열 ANN이 21~2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 지지율이 출범 이후 최저치인 25.8%로 내려갔다.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올림픽 효과는 사라지고, 코로나 사태만 부각 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초 1700명대였던 감염자 수는 올림픽이 끝날 무렵 1만5000명으로 급증하더니 지난 19일에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도 백신 효과를 기다리는 외에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상식적이라면 이런 국면에서 스가가 총재로 나서 선거를 지휘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파벌이 지배하는 일본 정치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의원 수와 동수로 주어지는 당원·당우 표가 변수이긴 하지만, 보스 지시에 순응하는 의원들 성향을 고려하면 스가 총재 재선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자민당이 과반을 장담할 수 없는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때론 제3당이 참여하는 연립정권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곧 다가올 총재선거와 총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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