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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은행, 코인빗 계좌 입금정지 "초읽기"…회원 이탈 불가피

코인빗, 특금법 목전 '반쪽 거래소' 전락 위기…'가처분 신청' 기각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8.24 18:12:06

신한은행의 코인빗 계좌 입금금지 결정으로 코인빗 영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코인빗 홈페이지


[프라임경제] 신한은행은 엑시아소프트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에 발급했던 가상계좌를 입금정지하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집행할 예정이다. 특금법 유예기간 막바지에 초대형 악재를 만난 코인빗 영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계좌 입금정지를 당하면 신규 원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없게 된다. 신규 예치금 유입이 없으면, 자연히 거래량이 줄고 이는 기존 회원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커 코인빗에겐 초대형 악재다.

신한은행 남부터미널금융센터는 지난 7월14일 코인빗 운영사인 엑시아소프트에 공문으로 '가상자산 관련 입금정지 안내문'을 보냈다. 골자는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 라인' 준수를 위해 불가피하게 7월30일 부로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다.

공문에 밝힌 구체적 중단사유는 △가상자산 취급업소임을 밝히지 않았음 △당행계좌를 가상자산 관련 집금계좌로 이용 △집금중지 2회 요청에도 집금계좌로 지속 사용 △자전거래 혐의 등 부정적 언론기사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다.

신한은행은 코인빗에 보낸 공문에 입금금지를 결정하게 된 구체적 사유를 명시했다. ⓒ 프라임경제


코인빗은 신한은행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로써 신한은행이 기존에 발급했던 엑시아소프트 계좌에 입금 정지를 할 수 있는 요건이 완성됐고, 조만간 집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엑시아소프트 계좌에 대한 입금 정지 조치를 준비 중"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고, 빠른 시일 내로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입금금지를 결정한 이유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계약서 상 부정적 기사 등을 근거로 소비자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입금정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며 "여러 언론 기사에 근거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입금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는 데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게 은행의 판단"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의사결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금정지가 기존회원의 자산 회수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조치가 코인빗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 차원이지, 코인빗에서의 자금 출금에 제한을 둔 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인빗에서 고의로 출금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출금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현행 거래소 원화거래엔 통상적으로 은행에서 발급한 가상계좌가 집금계좌로 활용된다. 은행이 제공한 거래소 명의의 가상계좌에 고객이 투자금을 입금한 뒤 입금요청을 하면 거래소가 이를 확인한 뒤 거래소 상 고객계좌에 해당 포인트를 충전한다. 이 때 집금계좌엔 예치금이 쌓이고, 반대로 출금요청을 하면 집금계좌 예치금에서 고객계좌로 출금되는 방식이다.

입금은 금지하되 출금 권한은 그대로 두면 고객에 출금하는 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구조다.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 예방 차원에서 보호를 위한 조치로 입금을 막는 것일 뿐"이라며 "출금 금지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단, 업계에선 입금금지 시 코인빗으로 원화 유입이 막히는 만큼 회원이탈과 이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시세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입금금지가 간접적으로 자산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화입금 제한은 신규자금 유치 불가를 뜻 한다"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을 통한 입금과 BTC, 이더리움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화입금이 안 되는 반쪽거래소에서 거래하려는 이용자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 입금정지 앞서 업계 해석 제각각

이미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입금정지를 집행할 수 있음에도 신한은행이 아직까지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입금정지 시점을 고민하는 이유를 두고 입금정지에 따른 고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사전 통지를 포함한 입금정지 일정을 결정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4대 거래소 중 한 곳인 코빗과 신한은행 간 실명계좌 발급 협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코빗은 '넥슨'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가장 합법적으로 운영한 거래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잡음에 시달렸던 코인빗과 견실한 거래소로 평가 받는 코빗을 단순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가상자산 거래소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면서 신한은행의 의사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한편, 코인빗은 신한은행 입금계좌 지급정지에 대해 "코인빗은 정상 운영 중이며, 관련 문제에 대해선 신한은행과 협의 중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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