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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금법 칼자루 쥔 은행권…금융당국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산

"은행 실명계좌 발급은 꿈" 깊어지는 거래소 시름, 은행은 당국 눈치보기 "급급"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8.10 12:08:43
[프라임경제]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요건을 확보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줄폐업이 우려되지만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느긋하기만 하다. 거래소에 생존 방안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업계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국은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은행권에 넘긴 채 평온하다. 시계추가 유난히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업계 분위기완 정반대로 권한과 책임을 은행권에 넘긴 당국은 관망하는 모양새다. 특금법 시행 초기 때때로 들려오던 경고성 메시지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 같은 당국의 대응에 거래소·투자자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은행권까지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범죄행위 예방과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특금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법안 시행일이 폐업선고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대응을 두고 "이미 실명계좌를 확보한 대형 거래소와 경쟁할 수조차 없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거래소는 오는9월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를 마쳐야 원화거래를 할 수 있는데, 신고를 위해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 계좌 발급이 필수다. 

신고 필수조건 중 하나인 ISMS 인증을 취득했다는 소식은 늘고 있지만, 또 다른 필수조건인 실명계좌 취득이 '하늘의별따기'다. 업계는 그 원인을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 분석한다. 

한 중견 거래소 대표는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업계를 향해 연일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며, 계좌 발급 권한을 은행권에 이양했다"며 "이는 거래소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을 은행권에 묻겠다는 의미인데, 당국 눈치를 많이 보는 은행권에서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1군, 2군으로 나뉠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라며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이미 실명계좌를 받은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와 공평한 경쟁을 할 여건이 사라졌다"며 비판했다.

은행권에서도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책임이 은행권으로 넘어와 당혹스럽긴 매한가지다. 이 같은 결정 이전만 해도 은행권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한 전문가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단숨에 흑자전환하지 않았냐"면서 "이를 본 은행권은 거래소 계좌개설이 큰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내심 거래소를 주요 거래처 리스트에 올리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인사 역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최대 미션인 상황에서 은행은 당연히 엄청난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거래소 실명계좌 개설을 원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의사결정권자들이 금융당국에 밉보일 수 있는 결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무에선 계좌 개설이 수익 창출 창구로 인지하지만, 당국과의 관계 등 복합적 요인으로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명계좌를 발급하면 거래소 감시 의무가 부과되는 점 역시 보수적 산업군인 은행이 계좌 발급을 꺼리는 이유라 지적된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관계자와 약속을 잡기도 힘들다"며 하소연한다. 그는 "힘들게 다른 요건을 갖췄지만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가진 은행권이 요지부동"이라며 "거래소는 은행과 당국의 눈치보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지난 3월25일 특금법 시행 후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쳤거나 신규로 실명계좌를 발급 받았다는 소식은 전혀 없다. 소형 가상자산거래소 몇 군데가 폐업 소식만 전했을 뿐이다.

업계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출구를 제시하지 않는 당국의 대응 속에서 거래소와 투자자의 불안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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