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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록 칼럼] 있는 그대로 북한의 위협을 바라보자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khr6440@naver.com | 2021.08.01 10:49:16
[프라임경제] 지금 김정은 북한 정권은 집권 10년 이래 최악의 경제난과 식량난에 처해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핵무기를 보유한 자신감으로 도발을 암시하는 충격적 행동을 선언했지만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코로나19로 가중되어 김정은의 핵무기 정치를 잠정적으로 올 스톱시켰다. 

김정은이 엄포했던 외부 충격적 행동은 초유의 위기상황에 자신들이 내몰리게 되자 손쉬운 상대인 남쪽에 뻔뻔스런 대리인을 내세워 억지로 책임을 전가했다. 마침내 저들은 우리가 개성에 세운 수백억짜리 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 및 생중계하며 우리를 인질로 전국적 군중집회를 진행하여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그리고 불가피하다며 자력갱생을 외치며 고난의 행군을 선택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와 사상무장, 그리고 억압정치를 더욱 강화했고 경제난, 식량난, 주민의 피로도는 반대로 가중됐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기이한 현상들이다.

올 한해 동안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보도내용만을 유심히 들여다봐도 지금 그들이 걷고 있는 고난의 행군이 어떠한 상황이며 어떠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주요 현상 몇 가지만을 살펴보자. 

첫째, 올해 김정은의 행보는 지방 시찰이 전무했고 평양지역만을 고수했다. 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의 공식적인 통치행위는 다수의 당 관련 회의 주관과 간부들에 대한 책임전가, 자신의 우상화와 선전공연 관람, 내부 불만통제 강화조치, 소수 친북국가에 대한 친서나 축전 정치로 나타났다. 코로나 19로 접촉을 최소화하고 심화된 민생경제 안정에 올인하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각인시켜줘야만 하는 형국임을 보여준다. 

둘째, 식량난과 생필품 부족에 따른 민심이반과 한류 동영상 시청 확산 등에 따른 사상 이반을 동시에 우려하여 이른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추가로 제정하고 반사회·비사회주의적 행동을 빌미로 청소년 세대들의 어투와 머리모양, 옷차림까지 모든 조직을 동원하여 상호감시 및 통제체계를 강화했다. 남측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이다. 

인민들의 인권과 최소한의 기본욕구조차 억압하는 반인륜적 정치도 밉지만,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정치이념으로 강조하면서 먹을 쌀과 생필품이 부족하여 아사자가 나오는 실정에서도 억압정치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잘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별반 차이가 없는 유사점이기도 하다. 

셋째, 한미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서는 미동도 없다. 미 정보기관이나 IAEA의 주장에 의하면 이미 완성한 핵무기 운반수단은 실전 배치 중이며 핵관련 시설도 가동 중이고 신형 SLBM과 잠수함 등도 계속 건조 중이다.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 전략국가에 걸맞은 정치방식인 '인민대중 제일주의 정치를 사회주의 기본 정치방식으로 한다'고 당규약에 명시했지만 거꾸로 핵무기를 포기해야 인민대중 제일정치가 가능하다는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는 보유한 핵무기가 외부 위협을 빌미로 한 내부통제용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0년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4.5%로 발표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6.5% 이후 최대폭이다. 참고로 2017년도는 –3.5%, 2018년도 –4.1%, 2019년도는 0.4%였다. 아마 내년도에 발표하게 될 2021년도의 북한 경제성장률도 코로나 봉쇄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결국 김정은이 자인한 대로 2016년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도 실패했고 현재는 식량도 부족하여 군량미를 풀겠다고 특별명령서에 서명했지만, 군량미 곳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쌀값도 통제하기 힘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민심이 매우 악화됐다고도 한다. 중국의 물밑 지원을 위한 국경지역 방역사업도 차질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결국 시기적으로는 북핵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최고점을 찍고 있는 시점인 듯하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느닷없이 남북한 통신선 복원을 합의했다며 올 4월부터 10차례 정도나 김정은과 친서 소통결과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불과 1년 전에 국민세금 수백억을 들인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염치도 없는 북한, 몇 달 전까지만해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삶은 소대가리’같은 막말로 우리 대통령을 폄하하는 저질 담화는 물론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고 불태우라는 작태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그들이 애용하는 ‘우리민족’의 위신을 짓밟고 끝없이 추락시킨지 오래됐다.

만약 북한의 사과와 상응조치 그리고 비핵화에 나서라는 요구도 없이 금번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다면 진실을 은폐한 국민 기망행위나 마찬가지다. 발표 시점이 한미연합훈련 직전인 것도 의구심이 든다. 한미훈련은 북핵 비핵화와 도발 그리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이 먼저 중지한다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한다면 당연히 한미훈련도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다. 

특히 북한의 대외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지난 30일 작년 통신선 단절 원인도 남측에 돌리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우리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잘되든 못되든 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궤변으로 억지 주장한 속내와 계략을 읽지 못하는 우리의 안보 관련 부처들이 걱정된다. 훗날 책임에서 빠져나가려 미리 궁리해도 안된다.

국민들에게 석고대죄와 상응조치 없이 어떻게 그들의 입장만을 이해해야 한다고 대변할 수 있을 것인지 정부는 자신 있게 답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비핵화 원칙과 함께 제의한 대화에는 아랑곳없이 책임만 전가하고 막말로 자존심만 훼손한 북한과의 남북 간 통신선 합의 주장은 오비이락에 불과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 지금 이 시기 우리 모두는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할 때 올바른 해결방법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있는 그대로의 북한 실상을 보려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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